2000년 12월 1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8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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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클럽’의 충격

자살을 도와 달라는 사람들이 있고 ‘수탁살인’(受託殺人)을 실행 한 청년이 있다.이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연결되었다는 것은 더욱 큰 충격이다.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터넷 자살 커넥션까 지 보게 되었다.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땅에도 벌써 그런 것이 왔다니 놀 라지 않을 수 없다.

오대양 사건처럼 집단자살이 있었지만 매우 특수한 사례일 뿐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자살은 어느 경우에나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목숨 을 끊는 것이었다.이번 사건을 보면,자살 희망자가 ‘자살 사이트’ 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함께 자살할 사람을 구하거나 죽여 줄 사람을 찾는다.양쪽을 연결하는 ‘도우미’까지 있다.한 마디로 ‘자살 클럽’이다.

죽음 특히 자살은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것이어서 문학작품에서 많이 다루어졌다.소설을 읽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괴테의 소설 ‘젊 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왔을 때 유럽에서는 청년들의 권총자살이 유행했다.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말 카뮈의 소설 ‘전락’을 읽고 자살한 여고생이 여럿 있었다.감수성 예민한 일부 젊은이들이 허구와 현실을 분간하지 못해 범한 과오겠지만,그보다는 오히려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나 불우한 환경이 일차적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살은 미화하거나 권장할 수 없다.또 남의 힘을 빌려 죽는 것은 자 살이 아니다.아무리 자살을 원한다 해도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살인 이다.죽고 싶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수탁살인’청년의 말에서 심하게 뒤집힌 가 치관을 볼 수 있다.생명 경시는 전통적 가치관의 퇴색과 가정 붕괴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서양의 개인주의와 달리 우리는 가족주의가 강 했다.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훼손하는 것은 첫째 불효였다.서양보다 자살이 적은 것은 그런 관념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살 클럽’의 회원은 모두 젊은이들이다.자살 가운데 많은 부분 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면,무엇이 이들을 좌절케 하고 자살로 내모는가를 살펴 봐야 한다.젊은이 자살 증가로 고민하고 있는 프랑 스 정부는 2월4일을 ‘자살 예방의 날’로 올해 정했다.거기 전문가 도 ‘가정의 부재’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자살 사이트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가 있을 것이지만,이번 사건을 사회의 아픔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자살하려 는 사람은 몇 차례 주위에 예고하며 마지막까지 마음 한 구석에서는 누군가가 만류하기를 바란다고 한다.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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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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