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1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8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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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준비된 '미국 찬양'

마치 봉숭아 꽃씨주머니 터지듯 ‘미국 찬양’이 쏟아졌다.지루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까스로 끝나,이제야 좀 다르겠지 했더니 또 그 곡조였다.우리 언론의 ‘미국 찬양’은 중독증일까, 반복적인 학습으로 얻은 반사반응일까.미국을 찬미할 준비가 언제나 충분히 돼 있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그러니까 4년마다,미국 시민의 절차 존중,결과에 대한 승복,승자에 대한 패자의 축하 전화를 찬양했다.이번에도 맞춤 찬사가 준비됐다.그런데 그만 플로리다주 개표에서 문제가 생겨 당락이 뒤집힐 기미가 있자 고어가 부시한테 건 축하 전화를 취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제작 시간 때문에 이 사태 전에 찬양 논평을 실은 매체는 꼴이 우습게 되었다.

그 뒤 손으로 하는 검표가 진행되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하면서 미국 선거의 숱한 비능률과 불합리가 종합적으로 전시됐다.게다가 미국 사법부는 법과 상식이 아니라 당파성에 좌우된다는 인상을 주었다.미국 안에서도 이 이상한 선거를 개탄하는 코미디가 만발했다.미국 민주주의가 망신당하고 국민이 분열된 것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소리 또한 높았다.

엉망진창인 선거를 보고서도,찬사는 준비된 것이라 버리기 아까웠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역시 미국”이란다.미국의 저력,미국 민주주의의 위대성을 높이 기린다.남을 칭찬하는 것은 좋다. 우리는 이것에 인색해서 탈이다.그런데도 미국에만은 유달리 후하니 이 또한 탈이다.미국 찬양으로만 끝나도 괜찮겠는데 뒤에 붙이는 “한국 같으면 어땠을까”한 마디가 속을 뒤집는다. 가짜 명나라 사람(고질적 사대주의자) 머리에 몽둥이질을 해야 한다고 1920년 권덕규(權悳奎)가 쓴 논설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미국은 대통령 뽑은 경험이 220여년이다.우리는 50여년 동안 대통령을 뽑아 보았다.연륜도 연륜이지만,고난과 역경 속에서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민주정치를 성취해 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가.우리도 앞으로 두 번이나 세 번쯤 대통령 뽑기를 더 경험하고 난 뒤에는 미국보다 훨씬 근사하게 할 수 있다.희망을 심자.자기비하는 이제 제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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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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