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1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81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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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그해오늘은] '1984 + 2년'



1984년에도 사람들은 조지 오웰의 '1984년'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부의 언론조작으로 있는 일이 없어지고 없는 일도 꾸며낸다는 그 소설은 실없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1984년이 '무사히' 지난 2년 뒤에 보도지침 사건이 터지고 보니 '1984년'의 '오세아니아'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정부가 쓸 것과 쓰지 말 것을 '지침'으로 보내면 언론은 이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1986년 오늘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언협) 사무국장 김태홍(金泰洪.국회의원)이 보도지침사건으로 구속된다. 뒤이어 실행위원 신홍범(愼弘範.출판사 두레 대표)과 한국일보 기자 김주언(金周彦)도 수갑을 찬다.

김주언은 85년 10월부터 86년 8월까지 문공부 홍보정책실이 편집국에 내려 보낸 '보도지침'을 복사했고 김태홍과 신홍범은 이를 언협 기관지인 '말'지 제9호에 보도한 것이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에 걸렸고 끌려간 곳도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다. 박종철이 그 곳에 들르기 한달 전이다.

'보도지침'은 '쓰지 말라'로만 돼 있는 딱딱한 문서는 아니었다.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는 "전용기의 책꽂이에 '목민심서'가 꽂혀 있었다는 사실을 눈에 띄게 보도하라"고도 했으니 영화사의 '촬영지침' 같기도 했다.

세월이 바뀌어 '목민심서'를 읽던 대통령은 백담사에서 불경을 열심히 읽는다는 기사가 보도지침이 없어도 나왔다. 당시 변호인으로 "이 사건은 방화범이 화재신고자를 신문하는 것"이라고 했던 한승헌은 감사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김주언은 재작년 신문사를 떠나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된다. 그 자리가 얼핏 지난날 김태홍의 그것 같아선지 언론이,그리고 세상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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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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