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7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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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과목 좋은 성적

우리 아이들이 선진국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한다니 기쁜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미국의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에서 1999년 38개 국가 중학교 2학년생의 수학 및 과학 실력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한국은 수학에서 2위,과학에서 5위였다.수학 1위는 싱가포르, 과학 1위에서 4위까지는 대만,싱가포르,헝가리,일본이다. 미국은 두 과목 다 13위고 영국과 캐나다는 10위 안에 간신히 들었거나 그 바깥에 있다.

한국 중학생은 1995년 평가에서도 수학 2위,과학 4위였으니까 이번 결과가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우리 학교들이 미국 등 선진국의 학급당 학생수,교사수,시설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데도 실력이 좋다는 것은 이상하다.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는 평가대상 학생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평가도 꽤 신중하게 한다. 대부분 평가방법이 필답시험이다.입시를 위해,부모의 기쁨을 위해,선생님의 성화로, 필답시험 ‘도사’ 훈련을 받아온 우리 학생들에게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인 더 좁혀 말하면 한국인,중국인,일본인 학생들이 다 상위에 들어 있다. 미국의 어떤 학자는 한국,중국,일본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것에 대해 수를 세는 말이 10진법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언어 덕분에 어려서부터 수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흥미있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유교 전통에서 나온 높은 교육열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높은 교육열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심을 말하는 것이다.좋은 학교에 가려면 학생 자신이 공부하기 싫어도 공부해야 하고,싫어하는 과목도 소홀히 공부할 수 없다.우리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과연 좋아하느냐면 그렇지 않다.과목 호감도는 수학에서 38위로 꼴찌,과학에서 22위로 나왔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여러 나라 교육 관계자들은 반성과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이란 학생들은 20위 바깥이다.이란 교육계는 자료의 종합과 분석에 대한 학습 수준이 딴 나라보다 낮다는 것을 반성했다.미국 교육계는 아시아 나라들보다 훨씬 성적이 처진 것을 크게 부각시킨다. 여건이 좋은 데도 아마 교육예산 늘리는 데 설득용으로 활용할 것이다.

우리는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고된 생활을 감내하고 있는 학생들의 딱한 노릇을 생각해 봐야 한다.다행히 교육부가 2년 전부터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라는 학교 교육 개선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금의 성적을 너무 좋아할 일도 아니고 앞으로 좀 낮아진다고 해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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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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