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77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12월8일 [그해오늘은] 도라 도라 도라



1941년 오늘 하와이에서 벌어진 전쟁은 미국에서는 '태평양전쟁'이고 일본에서는 '대동아전쟁'이다. 그 날짜가 8일인 것도 일본이고 현지에서는 7일 아침이었다.

'진주만 기습'도 미국이 하는 소리고 일본에서는 '하와이 해전'이다. 얼핏 억지스런 표현이나 당시 일본군이 순식간에 전함 8척 순양함 8척 항공기 188대 등 미 태평양함대를 쑥밭으로 만든 것은 '세계해전사의 기록'으로 손꼽히니 그런 것도 아니다.

당사자들의 눈이 이렇게 다르니 그 전쟁을 보는 강대국과 약소국의 눈도 달라야 하나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가 진주만사건을 한결같이 '야만적 침략의 만행'이라고 비난하는 동안에도 당사자들의 관계는 줄곧 달라지고 있었다.

70년 미국과 일본이 합작으로 내논 영화 '도라 도라 도라'는 겉보기에는 진주만 사건을 다룬 전쟁영화고 속내를 들여다 보면 냉전을 맞은 미국과 일본의 '화해영화'였다.

일본과 미국이 3대 1로 투자해서 타이틀도 일어고 배우도 일본배우가 먼저 소개된 이 '일영합작' 영화에서 '일본의 만행'이 주제가 될 수는 없었다. 냉전의 시각에서 보자면 소련의 눈앞에서 미국과 일본이 시시덕거리며 약올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소련과는 다른 시장경제 혈통의 두 나라가 전쟁으로 끊어진 혈연을 되찾은 것이기도 했다. 전쟁 자체가 시장경제하의 미국과 일본이 다 함께 빠진 불황의 돌파구였다는 소문도 있고 보면 그것은 '동병'이었고 화해는 '상련'인 셈이다. 그래서 미국이 태평양전쟁을 유도했다는 '루스벨트 음모론'도 나돌았다.

그것이 규명되기도 전에 '태평양 시대'로 떠들썩하니 영원한 적이나 우방은 없고 태평양만 영원한 것일까.

-----
양 평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0.12.08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친구나 친지께도 권해 보십시오.


Email 구독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