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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3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7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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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자율 등교

자유도 좋고 자율도 좋다.교육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려야 한다고도 한다.그런데 등교하는 것조차 자율로 한다면 학생들이야 좋아할지 몰라도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교육부가 실험적으로 시행하려는 것 가운데 토요자율등교제가 있다. 토요일에는 학생 사정에 따라 학교에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우선 내년부터 몇 년간 몇몇 학교에서만 시범적으로 해볼 것이라고 하니까, 많은 학생이 이 혜택을 누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학생 사정에 따라”라고 했으니 학생이 제 마음대로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그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게 돼서도 안될 것이다.부모가 주말에 데리고 조부모나 친척을 방문하거나 집안 행사에 참여할 때 또는 함께 여행할 때,부모가 학교에 미리 알리면 등교 의무를 면제해 주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그런 동반여행은 가족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좋은 교육 기회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등교’와 ‘자율’이 함께 붙어 쓰일 만한 말은 도무지 아닌 것 같다.지금 학교 교육이 죽었네 어쩌네 걱정들 해도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은 죽으나 사나 등교해야 하는 것으로 학생들도 알고 있고 학부모도 그러하다.흔들리는 학교 교육을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는 닻줄이 어쩌면 이것일 수 있다.

등교는 학생의 의무다.이것만은 철칙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실질이 어떻든 ‘자율 등교’란 말 자체가 벌써 그 철칙을 무르게 할 수 있다. 말로라도 등교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게 할 여지를 두어서는 안된다.등교만은 자율일 수 없다.

토요자율등교제를 하면 토요일에는 학교에 나온 학생과 나오지 않은 학생이 생긴다.학교에 나온 일부 학생들만을 데리고 어떤 수업을 할까. 자칫하면 토요일은 등교하는 데만 뜻이 있을 뿐,한나절을 어영부영 보내기 쉽다.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부모를 설득해 등교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고 싶지 않을까.과외공부 시키는 데나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도 나올 듯하다.

그렇게 해서 ‘등교’라는 것의 의미가 전 같지 않게 퇴색한다면 평일 등교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토요일 ‘자율’의 풀어진 분위기가 평일에까지 옮겨져 그러지 않아도 점점 힘을 잃고 있는 학교 교육이 더 허해질 수 있다.

토요자율등교제는 토요격주등교제를 거쳐 주 5일 수업제로 가는 첫 단계로 해 본다는 것이다.시범 운영하면서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겠지만, 먼저‘등교’와 ‘자율’을 함께 쓴 용어부터 고쳐 학교를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은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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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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