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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71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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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9일 [그해오늘은] 數學이 있는 '풍경'



수학의 어원인 'Mathemata'의 뜻은 '배우는 모든 것'이다. 그리스인이 아니거나 수학을 싫어하는 이도 수학이 모든 학문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치도 수학을 벗어날 수는 없기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제수학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한국의 정치를 위해서도 반갑다.

그러나 명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일까. 1954년 오늘 3선개헌안이 '사사오입'(四捨五入)으로 가결된 것은 '너무 수학적'으로 비친다.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3선을 금하는 헌법은 이때부터 실없는 소리가 되기 시작해 훗날 박정희도 헌법을 뜯어고친다.

이승만의 3선개헌이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면 박정희의 그것은 유신과 10.26을 거쳐 6.29까지 이어졌으니 대한민국 반세기는 개헌 비극의 역사다.

문제의 3선개헌은 그 2일 전인 11월 27일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203명 가운데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로 정족수 136표에 한 표가 모자라 자유당소속 부의장 최순주가 부결됐다고 선언했었다. 그것이 '수학적 해석'을 거쳐 가결이라고 선언된 것이다. 203명의 3분의 2는 135.333…명이니 사사오입을 적용하면 135명이라는 논리였다.

그것은 수학적이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사람의 몸뚱이를 잘라내겠다는 샤일록의 억지를 듣는 편이 낫다.

이제 그 사건은 옛날 이야기처럼 잊혀지고 있으나 그런 억지가 '수학'이라는 논리로 무장하고 나타나는 풍토까지 까마득한 옛일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본바닥에서 정치학을 배운 이들이 독재의 이론을 제공한 것이 엊그제 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이 '배우는 모든 것'을 부끄럽게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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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평
yangp@sgt.co.kr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세계일보 20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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