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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2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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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고인돌의 실종

게르만족 일파인 반달족은 게르만 대이동 때 로마로 몰려들어가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그래서 문화재 파괴 행위를 반달리즘이라고 이른다.반달족이라 해서 다른 게르만족보다 유달리 더 야만적이었을 리 없겠건만,쳐들어간 데가 서양문명 중심지인 로마라서 악명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어찌 됐든,반달리즘은 오늘날도 살아 있고,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전라남도 진도군내의 고인돌이 10여년 사이에 200여기(基)가 사라졌다.1987년 361기였던 것이 이제 120기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대부분 경작지 정리나 도로 개설 때 없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나라에서는 있지도 않은 선사시대 유물을 허위로 땅에 묻었다가 캐내기까지 하고 있는 판에 우리는 있는 것도 없애고 있으니 한심하다.

경제개발 제일주의에 고인돌인들 어찌 무사할 수 있었으랴.진도군내만 아니라 고인돌의 수난은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다.경제개발이라는 깃발 아래 자행되는 현대 반달리즘에 깨지고 부서지는 것이 고인돌만도 아니다.

고인돌로 말하면,한국은 매우 특별한 나라다.세계에 7만여기가 있고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만여기가 한반도에 있다.수백기씩 떼를 이루고 있는 곳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다른 나라로 가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다는 것이 50기 정도다.우리 고인돌은 형태도 북방식, 남방식,개석식(蓋石式)으로 다양하다.한국은 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고인돌 집합소며 표본관이다.고인돌의 기원에 관해서는 북방기원설과 남방기원설이 있지만,독자기원설도 주장된다.

이러니,선사시대 거석문화의 중요한 유물인 고인돌에 관한 연구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1999년 2월 세계거석문화협회가 서울에서 창립됐다.이 해 7월에는 세계 거석문화 국제학술대회가 이 협회 후원과 강화군 주최로 열렸다.

고인돌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10년 안쪽의 일이다.지방자치단체가 고을의 자랑거리로 고인돌을 내세우면서부터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강화군과 고창군이 고인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려 애쓰고 있다.고창군은 세계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이고 관리도 가장 모범적이다.그렇건만,관심을 가지기 전에 이 지역에서 사라진 고인돌이 1,000기를 넘으리라고 한다.

이번에 뒤늦게나마 전남대가 실태를 조사하고 진도군과 진도문화원이 고인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이제라도 반달리즘에 맞서 고인돌 종주국의 체통 지키기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고분군을 뚫고 고속도로를 내겠다는 반달이나 유서깊은 옛성을 헐고 집 짓겠다는 반달도 막아야 한다.이 시대에 산 우리 전체가 싸잡혀 후손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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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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