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21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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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인터넷 프라이버시

연모하는 마음을 담은 내밀한 편지가 엉뚱한 사람에게 전해진다면 그런 낭패가 없을 것이다.전자우편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어제 또 한 번 실감했다.어느 두 여성이 보낸 연서 두 편이 엉뚱하게 내 전자우편 ‘받은 편지함’에 들어와 있었다.

개인적인 편지를 보낼 때는 웹메일 방식의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를 가끔 이용하는데,잘못 온 편지는 여기서 발견됐다.이 서비스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고 가장 많이 쓰이는 메일서비스다.그런데도 서비스 신뢰도가 아직 마음 놓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같다.

내 아이디(ID)에는 park가 들어 있다.잘못 온 두 전자우편의 수신인 을 보니 그들 아이디에도 공통적으로 park가 들어 있다.그렇다면 ‘ 사랑하는 당신에게’또는 ‘꿈 속에서도 늘 그리운 당신께’라고 쓴 편지는 나뿐만 아니라 park를 포함하고 있는 아이디를 지닌 수십, 수백 명에게 전달되었을 수 있다.연애편지를 개봉해서 세상에 돌린 셈이다.프로그램에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다른 전자우편 서비스에서도 이런 배달 사고는 가끔 생긴다. 프로그램의 오류나 서버 이상으로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사고가 아니라도, 전자우편의 보안성이란 것은 매우 취약하다.얼마 전에는 우리 국회의원 한 분이 간단히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의 전자우편 들여다보기를 시연한 일이 있다.사무실 컴퓨터로 보내고 받는 전자우편은 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다 볼 수 있다. 미국 같은데서는 기업 비밀이 전자우편으로 새어 나갈까봐 더러 감시하고 이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논란되고는 한다.

심하게 말해,전자우편으로 뭘 보내는 것은 엽서를 보내는 것처럼 공개적이라고 보면 된다.기록까지 남아 뒷날 무슨 탈이 생길지 모르니 비밀사항 왕래에 전자우편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보통 사람들이야 감출 비밀이 뭐 있을까만,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암호화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해도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자우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반이 몰래 들여다보려는 쪽의 부단한 도전을 받는다.미국 연방수사국이 ‘카너보어(Carnivore)시스템’ 이란 것으로 범죄용의자의 전자우편을 감시해 왔는데,이것이 채팅 등 인터넷 전반에 걸쳐 오가는 정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밝혀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은 유리상자 같아 프라이버시 지키기가 어렵다.그래도 국가기관이 발전된 전자방식으로 국민생활을 감시한다는 것은 조지 오웰의 소설이 상상으로 끝나지는 않는 듯 싶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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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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