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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2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4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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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될 수 없는 사회

몇 년전 국내 최대그룹의 이미지광고에 「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광고의 내용에는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신체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었다.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되었던 시대는 산업사회였다. 그런데도 그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얼마든지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최고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만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분위기였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해 가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것이 정보화해 가고 있는 시대이다. 말하자면 정보화사회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기술자, 기능공이 대접을 받는 사회였다. 고도의 기술이 아니더라도 망치만 잘 두드려도 얼마든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산업사회였다. 기술만 좋으면 많은 일당을 받고 건축현장에서 큰소리 치며 일할 수 있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어떤가. 산업사회에서 망치질, 못질만 잘하면 살아갈 수 있었듯이 정보화사회에서는 컴퓨터만 잘하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세상의 웬만한 일이 컴퓨터로 처리되기 때문에 그만큼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이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보화사회야말로 신체적 장애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신체장애가 컴퓨터를 더욱 잘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정상인이 컴퓨터를 전혀 다룰 줄 몰라 컴맹·넷맹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매우 불편하게 살아가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반면에 몸은 불편하더라고 컴퓨터를 잘 해 정상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가끔 장애인이 경연대회 같은 행사에서 일반인과 당당하게 맞서서 대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에 접한다.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행사일 경우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 뇌성마비장애인인 고3 남학생이 한국통신과 SBS, 전자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서 대상을 차지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지체가 불편한데다 의사소통까지 잘 안되는 장애인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으니 그럴 법도 한 일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러 분야에서 성공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행히 정보화사회는 산업사회보다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주고 있다.

손발이 불편한 장애인이 입에 젓가락을 물고 자판기를 두드려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도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정보화사회를 살아가는데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컴퓨터로 몸의 불편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생활에 많은 편익을 주는 컴퓨터는 이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극복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손발이 멀쩡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모른다면 생활의 불편을 말할 것도 없고 지체장애인보다 더한 장애인취급을 받게 될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를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이다. 오늘날 TV나 전화 없으면 살아가기가 불편하듯이 정보화사회에서는 컴퓨터를 모르면 살아가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현재 40대, 50대는 컴퓨터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각종 정보를 이용할 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결국 정보문맹자가 되어 사회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반면 기성세대라 하더라도 컴퓨터를 잘 다루고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훨씬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컴맹, 넷맹을 벗어나기 위해 컴퓨터학원이나 언론사의 문화강좌 등에는 40, 50대 뿐만 아니라 60대 노인들도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 열심히 컴퓨터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앞에서 장애학생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가장 큰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장애라는 엄청난 장애를 뛰어넘는 결과였다는 점에서 뭇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하겠다.

만약 이 학생에게 컴퓨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뇌성마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학생의 쾌거야말로 정보화사회야말로 장애인들이 열린 공간으로 나서 정상인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이 설자리가 거의 없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리를 주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장애인의 정보화교육 지원을 위해 20여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힘을 쓰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들이 사회로 진출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 질 것이다. 장애인이 마음놓고 살아가는 사회가 바로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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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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