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16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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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결국은 사람이 가장 정확하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갈수록 뭔가 뭔지 모르게 돼 가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오보를 면치 못하고, 논설도 시각에 따라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존중, 승자에 대한 패자의 군소리없는 축하를 찬양하는 신문 사설까지 있었는데 조금 지나자 상황은 안개 속이 돼 버렸고 며칠이 지난 지금도 승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 바람에 자주 비춰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그 곳 투표지 모양이 어떤지, 어떻게 투표지를 세는지도 되풀이해서 볼 수 있었다. 투표지는 구멍을 뚫는 펀치 카드로 돼 있고 그것을 카드 리더가 읽게 돼 있다. 오늘날 볼 때 구닥다리도 한참 구닥다리인 60년대 기술이다. 컴퓨터 선거라고 해서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있다가 이것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전산 기술이 최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 왜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종이 투표'를 버리지 못할까. 기술자들은 전과정 전자방식(온라인 투표)으로 하면 이번처럼 오류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여기 찬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도 오류가 있게 마련인데 전과정 전자방식으로 했을 때는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기는, 펀치 카드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재개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펀치 카드 리더라는 것도 믿을 만한 물건은 되지 못했다. 힘이 약한 노인들이 불완전하게 뚫어 놓은 카드를 읽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계를 밀쳐놓고 사람이 손으로 카드를 한 장 한 장 세는 방식으로 재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실수 투성이지만 판단력 없는 기계보다는 훨씬 믿음직한 존재라는 것을, 엉망진창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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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200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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