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1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1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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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관광객

세상살이가 힘겹거나 삶이 시들하게 여겨질 때는 시장에 가 볼 일이다. 언제나 시장에는 삶과 삶이 부딪치는 활기가 있다. 우울이나 권태는 거기 가면 하찮은 사치일 뿐이다.

시인도 이렇게 읊는다.[시장에 가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거친/ 생의 바다를 노저어 가는가를/ 어떻게 스스로를 그 높고 푸르 게 출렁이는/ 삶의 정수리 속에 잘 묶어낼 줄 아는가를‥‥](권현형 ‘저녁나절 시장에 가면’)

물건과 물건이 모이고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시장.시장이라면 재래 식 시장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사회의 집약된 모습,꾸밈없는 인 간의 체취가 거기 있다.이악한 흥정 속에서도 덤과 에누리라는 여유 와 인정이 남아 있는 곳도 그 곳이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재래식 시장을 좋아한다.물건 값이 싸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활력이 넘치는 시장 분위기를 좋아한다.서울시가 외국 관광객 700명에게 물어 ‘서울 명소 30선’을 꼽아 보았는데, 1위가 중부시장, 2위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다.10위 안에 황학 동 만물시장,경동 약령시장,노량진 수산시장이 들어 있다.그밖에 10 위 안에 든 것은 녹색가게,건대 상설할인패션매장,N세대 벼룩시장,조 선통신사 임명식,왕궁 수문장 교대식이다.

이 리스트를 보면,관광대상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것만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시장이나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생활 현장이 외국에서 온 이들에게는 좋은 관광거리가 된다.

녹색가게는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생활장터다. 집에서 쓰다가 필요하지 않게 된 물건을 들고 나와 팔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꿔가는 시장이다. 이런 방식으로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것은 N세대 벼룩시장이다.

“우리나라에 뭐 볼 게 있느냐”고 자조할 일이 아니다.널려 있는 것이 관광자원이라고 봐야 한다.봉은사도,방배동 카페골목도,남산도, 신촌도 ‘서울 명소 30선’에 들어 있다.그 리스트에는 카페나 작은 음식점도 당당하게 끼어 있다.편안하고 독특한 카페의 분위기,깔끔한 음식점의 맛과 친절이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입에서 입으로 명성이 전해진 것이다.

자기 나라에 돌아간 관광객은 시장에서 산 작은 물건을 보며,한국 시장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그것을 판 상인의 활달하고 인정어린 표정을 함께 생각할 것이다.그것은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

관광은 보는 것만이 아니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주변에 널린 관광 거리에다 친절을 더하고 청결을 보탠다면 더욱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모든 국민은 관광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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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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