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1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6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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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전화의 운명

1970년대 중반,전화를 집에 처음 놓았을 때의 감격을 생각하면 요즘 집 전화기를 홀대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가끔 든다. 이동전화를 많이 쓰는 데다가 지난달부터는 인터넷 연결마저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의 회선을 통해서 하게 되니,이제 집 전화기는 낮에 아무도 없을 때 전화 받아주는 자동응답기로밖에 별로 쓰이지 않게 됐다.

당연히 한국통신의 ‘위풍당당 행진곡’도 끝나가고 있다.유선전화 사업은 오랜 세월 체신부를 거쳐 한국통신이 독점해 왔으나 그 독점 도 이제는 시내전화 정도에서만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한통이 10일 공청회에 내놓은 ‘유선통신 요금구조 조정방안’을 보면 시내전화 독점의 영화마저도 물러가고 이동전화와 겨뤄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르기만 하던 시내전화 통화료가 1982년 이래 처음으로 내린다니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도시지역 기준 45원인 통화료 는 36원 또는 38원으로 낮추고,컴퓨터통신과 인터넷 사용을 위한 014 XY 요금도 11% 내리겠다고 한다.소비자 처지에서야 요금이 내리면 내릴수록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기본요금은 2,500원을 4,500원으로(도시지역 기준) 올린다는 것이다. 기본료가 너무 싸고 통화료가 너무 비싸게 되어 있는 지금의 불균형한 요금체계를 균형 있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요금체계가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말은 맞지만 이것이야말로 자업자득 아닌가.한국통신은 무경쟁 독점시대에 손쉬운 방편으로 통화료 인상만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기본료 인상은 그 취지를 가입자 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으면 반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통신은 각종 유선 선로의 소유자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회사 다.또 초고속망 구축 경비 80%를 부담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런 막중한 임무에 비하면 국민의 신뢰는 그리 높지 못한 듯하다. 한 예를 들면 설비비형 가입자를 가입비형 가입자로 전환하도록 열성 적으로 권유하면서 그럴 경우 기본료가 갑절로 오른다는 설명을 빼놓 아 원성이 높다.

시내전화의 음성통신 이용이 계속 줄어든다지만 데이터 통신 이용은 날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014XY 요금을 11%만 내릴 것이 아니라 절 반 정도로 확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이 요금에 마음 졸이며 접속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지금 잡지 않으면, 이 글 쓰고 있는 필자처럼 다른 서비스를 찾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값싸고 확실한 통신 수단으로는 시내전화만한 것이 없다.이 런 장점을 살려 부단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앞날의 운명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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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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