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
*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
'鄭펀드'와 사회적 책임 투자 운동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 인(KDL) 사장이 조성한 사설펀드 가입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조만간 이루어질 모양이다.정치인,공직자,언론인,연예인 등이른바 유 력인사들의 ‘정 펀드’ 가입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이름을 공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그러나 검찰은 “가입 자체는 위법이 아 니다”는 입장이고 펀드 가입사실을 인정하는 일부 투자자들 또한 “ 순수한 투자 목적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손실보전 이면약속이나 대가성이 개입되지 않은 투자자들을 범죄인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떳떳할 수 있을까. 7일 막을 내린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앨 고어 후보는 잘못된 투자 로 곤욕을 치렀다.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옥시덴틀 석유회사 주식이 악재가 된 것이다.이 회사가 남미 콜롬비아에서 유전을 개발하려고 하자 환경단체와 인디언 부족들이 고어를 비난하고 나선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 투자 운동’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도 비난 받는다.앨 고어는 ‘정 펀드 ’ 가입자들처럼 “순수한 투자”라고 변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회적 책임 투자 운동은,자신이 투자하는 돈이 누구에 의해 어디에 쓰이는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운동이다.우리가 이자율만을 따져 무심 코 은행과 투자회사 등에 맡긴 돈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데 사용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운동이다.1969년 미군이 캄 보디아를 침략하자 이 전쟁에 사용된 무기를 제조·공급하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행위를 재고하면서 이 운동 은 시작됐다. 현재 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활발히 전개 되고 있는 이 운동은 크게 세가지 형태로 나뉜다.첫째는 ‘연대성 예 금’으로 시중은행과 협력해 특정한 지향(기아예방,서민주택 마련,고 용 촉진,환경보호 등)을 갖는 계좌나 통장을 개설해 일반 시민의 예 금을 유치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이러한 지향을 갖고 활동하는 시민 사회단체나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다.둘째는 ‘윤리적 투자’로 투자 자가 기업을 평가하고 선별해 그 기업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이 경우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로 하여금 일정한 기업 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투자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인다.이를 테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유해식품이나 유전자 조작식품 을 생산하는 기업,노동권을 탄압하는 기업,인종·성·종교·국가에 대한 차별이 있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된다.셋째는 ‘대안적 투 자’로 대안경제 관점에서 운용되는 기업이나 각종 협동조합과 같은 공동체적 기업,지역개발기금,비영리 기업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 투자에 동원된 자금은 미국의 경우 전체 금융시 장에 투자된 총액의 9∼1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지난 10 년간 윤리적 투자상품의 수익률은 일반 투자상품의 평균 수익률과 거 의 비슷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사회적 책임 투자 운동,특히 윤리적 투자가 활성화되면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수익성만이 아니라 공 익성까지 고려하게 되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활한 자금 공급을 받 기 위해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활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정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부끄러움 을 느껴야 한다.문제의 사설 펀드는 주가조작으로 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아무리 “순수한 투자”라고 강변해도 결과 적으로 엄청난 불법과 비리에 이용된 펀드에 가입했다는 것은 결코 떳떳할 수 없는 일이다.물론 부정·부패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투 자에 대한 책임까지 지라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자의 주장으 로 비칠 수 있다.그러나 ‘동방’사건은 우리에게 자신의 투자가 이 웃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도록 한다.천주교대안경제연 대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 운동이 한국에서도 시 작돼 오는 11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창립총회가 열린다.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 운동이 우리 사회를 맑게 하는 힘찬 물줄기 가 되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