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56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인터넷 설문조사

인터넷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설문조사와 만나게 된다. 어떤 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각 사이트에서는 경쟁적으로 공개토론과 함께 설문조사를 벌인다. 대부분의 진지한 내용이지만 재미 삼아 해보는 것도 있고, 의도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도 있다.

인터넷 설문조사, 즉 인터넷 투표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답변을 구할 수 있는데 있다. 결과를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설문조사의 자랑거리이다. 질문내용도 무게 있는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아주 간단하다. 상당히 전문적인 경우도 있지만, 답변하는데 있어서 꼼꼼하게 생각하고 따져볼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사에 응하는 사람의 나이나 사는 장소, 학력이나 경력은 아무 관계가 없다. 네티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싫으면 그냥 지나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까지 탈 수 있어  인터넷 투표를 놓고 네티즌들이 불평할 이유가 없다.

이제 인터넷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사이트가 없을 만큼 그야말로 「인터넷 설문조사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아예 인터넷 서베이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넷서베이, 트렌드, 이손C&CI 등이 바로 인터넷 조사분석 전문업체다.

기존의 조사분석 업체로 잘 알려진 한국갤럽이나 서울리서치 등에서도 인터넷 조사분석과 관련된 팀을 조직, 별도 영업을 하고 있다.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아이네트와 공동으로 인터넷 리서치시스템인 KISS(Korea Internet Survey System)를 구축해 인터넷 설문조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드림위즈커뮤니케이션 등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천리안·하이텔·유니텔 등 PC통신업체들은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를 매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설문조사가 이처럼 인기를 끌면서 성행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ID를 갖고 있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 설문조사의 바탕이 마련되어 있는 데다,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에 조사가 가능하고 그 결과도 빠른 시간에 분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면에서 볼 때 인터넷조사는 직접 사람을 만나야 하는 면접조사에 비해 경비가 10%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최근까지 가장 많이 썼던 전화조사와 비교해도 5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설문조사가 가능하다. 대인 설문조사 방식은 샘플당 2만∼3만원의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인터넷 설문조사는 샘플당 2천∼3천원으 줄어든다.

인터넷 설문조사는 조사결과의 분석시간에서도 기존방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응답자가 응답을 완료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분석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일반 조사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가 집단이나 지역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터넷리서치가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한편으로는 단점이나 취약점을 안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직 인터넷 조사는 조사대상자 선정이나 응답태도 등에서 오류에 빠질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인 만큼 일정 집단이 한꺼번에 응답해버리면 결과가 편파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지난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고의 미인을 뽑는 조사가 실시되었는데 한국 네티즌들이 우리나라의 K양에 몰표를 주어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던 일을 들 수 있다.

한약분쟁 같은 이슈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찬반 또는 의견을 물을 경우 이익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바람에 조사결과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반대쪽에서 집단행동으로 맞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한다. 조사결과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의 기술표준으로 어느 사업자가 동기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에 대한 인터넷투표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상대측이 불리한 내용에다 한꺼번에 표를 던져 조사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산 일이 있다.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사이트에서 조사를 했는데 반대와 찬성의 비율이 8대 2로 나왔다. 그런데 이해 당사자인 인터냇서점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95%가 반대를 택했는데 이 결과 역시 공정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 조사분석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은 조사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현재 인터넷 사용자는 1천6백만명을 넘어섰지만 아직은 조사대상이 되는 네티즌들이 보편적인 집단이 아니라 10∼30대의 남성에 편중되어 있다. 더욱이 응답자들은 표본으로 뽑힌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한 사람들이어서 한 사람이 중복 응답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조사가 비용 면에서는 절감효과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하는데 쓰일 만큼 신뢰성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대표성 확보인데 인터넷이 아직은 대중적 매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사는 여론조사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네티즌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라면 인터넷조사가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하겠다.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익과 관계없는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놓고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네티즌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가 대표성이나 신뢰성에서 아직은 낮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머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시대가 오면 「인터넷 투표」는 최고의 조사방법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
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1.07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