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2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4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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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결혼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는 컴퓨터

정보화사회에 접어들어 컴퓨터가 일상생활화되면서 배우자를 찾는 방법도 변해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자신의 배우자를 컴퓨터로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배필을 얻는 일이란 앉아서만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찾든지 누군가가 중매 또는 소개를 해야 한다. 60,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매에 의한 결혼이 연애결혼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이 점차 서구화, 선진화되어가면서 80년대 이후는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을 선호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직접 고를(?)수 있기 때문이다. 사귀어보다가 싫으면 부담없이 헤어지면 되는 것이 요즘 신세대들의 연애관이다.

과거에는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되면 헤어지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한번 연인관계가 성립되었으면 마치 부부라도 된 양 다른 남자나 여자에게 한눈 팔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애인에게만 마음과 정성을 쏟는 것이 연애풍토였다. 그래서 자기가 사귀고 있는 이성이 애인이냐, 아니냐가 분명했었다.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남이 볼 때 아무리 가까워 보여도 둘 사이가 친구인지 연인인지 알기 힘들 뿐 아니라 본인들도 애매모호한 선에서 교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이 물으면 애인이 되었다가도 저 사람이 물으면 이성친구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몰락하는 마담뚜, 떠오른 결혼정보회사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의 배우자는 스스로 찾아야지 누가 찾아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기도 했다. 연애한번 못해본 사람은 8불출의 대열에 올려졌다. 그래서 중매결혼한 사람보다는 연애결혼한 사람이 더 현대화된 사람으로 여겨졌고, 적령기의 젊은이들은 가급적 중매보다는 연애결혼을 하려고 했다.

사실 이성 앞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는 쑥맥들에게는 연애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차지하려면 엄청난 용기와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모자라면 어림도 없는 것이 애인만들기인 것이다.

내 마음에 맞는 이성을 고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상에 맞는 이성을 찾아 연애결혼을 하겠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분위기와는 다소 어긋나는 듯한 새로운 결혼풍속도가 생기고 있어 기성세대들에게는 다소 혼란감마저 주고 있다.

이른바 컴퓨터로 짝을 찾아주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우자를 스스로 찾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마치 70년대 이전처럼 중매인이나 친척어른이 아닌 컴퓨터한테 배우자를 소개받는 「첨단중매」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컴퓨터라는 것이 중매쟁이, 즉 사람보다는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접근하는 매개체라는 사실 때문이지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컴퓨터중매에 나서고 있는 결혼정보회사는 전국적으로 1백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설립된지 불과 1∼2년 밖에 안되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도 결혼정보회사가 얼마나 성업중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반면에 중매료를 많이 받기 위해 엉터리정보로 당사자와 부모들을 현혹시키던 마담뚜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컴퓨터중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신원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척이나 친구의 소개로 만나는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막연하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은 뿐 아니라 일부 결혼상담소나 마담뚜를 통하게 될 경우는 과다한 성혼사례비까지 주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해 나가는 회사를 상세히 살펴보면 이 같은 인식은 바뀌게 된다.

우선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자주로 떠오른 D회사와 P회사의 경우를 보자. 결혼대상자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컨설턴트와 자세한 상담을 거친 뒤  자신의 학력, 직업, 취미, 가족관계, 이상형 등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는 회원이 되기 위한 기초절차이다.

설문항목만도  1백50여개나 된다. 회사에서는 엄격한 심사와 철저한 신원확인작업을 위해 회원의 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호적등본 등을 출신학교와 직장, 관할구청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한 뒤에 정식으로 회원자격을 준다.

미팅을 주선하는 방법도 기존의 중매가 호텔커피숍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도록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1대1로 만나게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영화, 레포츠, 여행 등 다양한 테마와 접목된 단체만남을 통해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정확한 정보, 다양한 이벤트로 인기끌어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들이 택하는 방식은 이 보다 한걸음 앞서 있다. 결혼정보회사의 홈페이지나 천리안이나 하이텔 등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짝을 찾고 있다. 꼭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이성간의 교제를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의 클릭으로 나만의 이상형을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건 D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미팅이나 결혼에 대한 풍부한 정보는 물론 본인들의 사진이나 움직이는 모습, 자기소개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실려있어 이성친구가 없어 외로운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를 가까이 하면서 자라난 컴퓨터세대인 요즘의 젊은이들이 불과 몇 년전의 세대들과는 달리 컴퓨터중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관,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성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하고 폭넓은 만남을 통해 상대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막연한 이상보다는 실질적인 현실을 중요시하는 신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세상이 변하면 가치관도 바뀌는 법이라지만 10년전만 해도 한평생의 배우자를 찾는 일을 컴퓨터에 의존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컴퓨터는 우리의 생활을 바꿀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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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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