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4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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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파렴치 교사

유태교의 한 위대한 랍비가 어느 마을에 시찰관을 보냈다.시찰관은 마을에 도착해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그러자 지위가 가장 높은 경찰서장이 찾아왔다.그러나 시찰관은 “지위가 높은 사람을 찾은 게 아니다.내가 원하는 사람은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비대장이 왔다.시찰관은 역시 거절했다.“내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경찰서장도 수비대장도 아니다.학교의 선생이다.진정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교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밝혀준 일화라 하겠다.인간은 부모로부터 피를 물려받고 스승으로부터는 의(義)를 전수받는다.교육을 통해 옳은 것을 알고 실천하며,그른 것은 가까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파하도록 배우는 것이다.그런 배움이 있기에 인간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를 불의로부터 구하고 지키는 것이다.

지식만 전해주는 것이 교사의 일이라면 누구든지 교단에 설 수 있다.그러나 그들이 인간성과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이므로 자격이 까다롭고 어느 직업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6개월동안 파렴치한 비리를 저지른 현직 초·중·고교 교원이 214명이나 된다.내용별로 보면 제자 성추행 또는 희롱,성폭력,불륜 등 성관련 비위를 저지른 교사가 40명이며,직무와 관련해 공금을 유용하거나 금품을 부당하게 받은 138명이 버젓이 교직을 유지하고 있다.또 직무를 떠난 사기,절도,횡령,뺑소니,상습도박,상습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된 교사 36명도 간단한 징계절차만 밟고 계속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억울한 사람도 있고 더욱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이도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 실행하도록 가르쳐야 할 교사들의 임무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소정의 징계절차를 밟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양심이 용서하지 못할 텐데 어떻게 제자들 앞에 설 수 있는가.

국가와 사회가 교육과 교사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일부의 비리에는 칼날을 세우며 흥분하느냐는 반발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교사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과 이런 파렴치와는 어느 면에서도 연관지을 수 없다.직무가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비리를 합리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이들은 제자들과 사회는커녕 자신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처음부터 교사의 길로 잘못 들어선 것이다.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을 위해서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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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200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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