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3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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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지는 전자우편의 매력과 위력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자우편(e메일)을 보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끈다. 내용은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용해달라는 것.

잘 알려져 있다시피 리처드 기어는 2년 안에 출가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독실한 티베트불교신자로, 국제티베트캠페인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달라이 라마를 후원하는 사람이다.

그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메일에서 "달라이 라마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으로 알려진 비폭력과 평화의 인물인 만큼 오랜 전통과 불교유산을 지닌 한국정부가 이 위대한 스승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한국정부가 방한비자를 내주리라고 확신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전세계에 슬픈 소식이며 아시아에서 한국의 권위가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은 쓰는 것은 왜 정부당국이 달라이 라마의 입국에 유보적인 입장인가에 대해 따지려는 생각에서가 아니다. e메일의 위력과 매력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전자우편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과연 리처드 기어가 청와대에 보낸 글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었을까.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글을 아무 거리낌없이 공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나 들어갈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있기에 e메일을 통해 이 같은 탄원을 아주 쉽게 하게 되고 또 이런 내용을 누구나 읽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e메일이 지니는 매력이자 위력이 아닐 수 없다.

네티즌이라면 e메일주소를 보통 2∼3개, 많게는 10안팎 되는 사람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e메일부터 확인해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최종적으로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거나 필요한 곳에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네티즌)들은 하루일과를 e메일로 시작해서 e메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조사기관 미국IDC(www.idc.com)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 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e메일 분량이 올해 하루 1백억건을 돌파하고 2005년에는 하루 350억 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오가는 e메일 분량도 하루 1억 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사용인구가 1천7백만 가까이 되고 국내 최대 e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메일 이용건수만도 하루 1500만 건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전문가들의 추정이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이제는 컴맹이라도 e메일주소는 가져야 될 것 같다. 컴퓨터를 모르고, 인터넷은 더욱 모르는 부모들에게도 e메일주소를 만들어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사용방법을 모르면 자식이 도와주면 될 것이다. 마치 과거에 글을 모르는 부모가 남에게 시켜서 군대간 자식에게 편지를 보냈듯이 컴맹·넷맹이라도 e메일주소가 있으면 사랑하는 자식, 보고싶은 사람과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e메일은 기존의 우편이나 전화와 비교하여 신속하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수신인이 자리에 없어도 메시지를 남겨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송신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이쪽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장점과 특징 때문에 N세대들은 직접 만나기보다는 e메일로 나누는 대화를 더 즐기고 있다. 그들은 e메일로 자신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e메일을 통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기도 한다.

우리는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에서 이 같은 N세대의 풍속도를 읽을 수 있다. 여주인공 캐슬린(맥 라이언, ID 샵걸)'은 똑같은 인물인데도 현실공간에서 만나는 조(톰 행크스, ID 브링클리)보다 가상공간에서 사귀는 브링클리를 더 신뢰하고 의지한다. 이는 e메일이 N세대의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e메일은 신문사에서도 즐겨 쓰는 취재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뷰기사의 경우 과거 같으면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취재를 했지만 이제는 e메일로 묻고 답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방식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의 없을 뿐 아니라 질문이나 답변내용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회사의 경영자들도 e메일을 요긴하게 쓰고 있다. 코오롱의 조정호사장은 최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침 일찍이나 밤늦은 시간이라도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즉각 임직원에게 전자우편으로 지시를 내린다면서 "지시를 내릴 때는 말로 하는 것 보다 전자우편이 더 편하다. 똑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알릴 때 일일이 전화나 팩스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데다 언제든지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며 전자우편예찬론을 폈다.

요즘은 행정부처를 비롯한 거의 모든 관공서에 홈페이지가 마련돼있어 방문자의 글을 받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e메일로 도정이나 시정소식을 지역주민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e메일이 이처럼 무척 편리한 것이지만 폐해도 적지는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이쪽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스팸메일이다. 당국에서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스팸메일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등 대책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쉽게 근절될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 사이에는 유료화된 폰메일서비스를 사용하는 바람에 통신료가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교실 안에서도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예사로워 수업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이라면 e메일 사용회수가 1억건이나 되는 마당에 「정보통신윤리강령」에 이어 「전자우편윤리강령」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그러나 e메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한 통신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이제는 상당한 위력과 매력을 갖게 된 e메일의 사용방식이나 에티켓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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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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