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3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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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유출,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자우편(e메일)을 받게 되면 반가운 마음보다는 의구심부터 갖게 된다. 도대체 나의 전자우편주소를 어떻게 알아내었기에 원하지도 않는 편지를 보냈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전자우편 뿐만 아니다. 현실공간에서도 우리는 이런 경험을 너무나 자주 겪고 있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귀가하면서 우편함에 꽂혀 있는 편지나 유인물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으로 뜯어보았으나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날아온 것임을 알고 느끼게 되는 심정은 어떠한가.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우편물이란 늘 반가운 것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거나, 관심도 없는 내용의 우편물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으면 우선 실망스럽다.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는 왠지 두려워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가 타인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개인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신이나 인터넷서비스업체다. 이들 사업자들은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할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사이트의 회원 등으로 가입할 때 별다른 생각 없이 입력해 놓은 신상정보가 그대로 타인에게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번 가입한 인터넷사이트에서 탈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인터넷사이트 회원등록이 「해지불가능한 노비문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가입한 사이트와 제휴한 다른 사이트회원으로 등록했을 경우도 해지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개인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정부의 정책과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개인의 마인드가 뒤따라야 한다.

우선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웹사이트나 쇼핑몰을 이용할 때 대부분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모두 요구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 번호만 쓰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흡수병합되어 새로운 회사가 될 경우 기존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회원지속여부 반드시 물어보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회사가 망해 다른 회사에 흡수될 경우 종전의 가입자 신상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주고 있다.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사전에 계속 회원이 될 것인지, 탈퇴할 것인지를 반드시 물어보고 가입자의 의사에 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채팅할 때 공개되는 개인식별번호(ID)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참여자」메뉴에 떠있는 이용자 ID를 클릭하면 이용자의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 문제다. 범죄자들은 이런 개인정보를 통신상에서 그대로 내려받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판매하고 있다.

가입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사이트에서 공짜로 전자우편주소와 홈페이지공간을 준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가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체가 모호하고 보안시스템이 허술하게 보이는 사이트, 지나치게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사이트, 가입했다가 해지할 때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설명이 없는 사이트 등은 가입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21세기의 문턱을 막 넘어선 이 시대를 우리는 정보화사회라고 부른다. 20세기 산업사회에서는 타인의 정보를 알려면 자료를 가진 측을 만나 직접 건네받는「아날로그 방식」이었으나 통신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아니면 해킹기술을 발휘해 손쉽게 훔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정보화사회의 초기단계에서 이처럼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침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나 부작용은 암세포처럼 더욱 큰 혹덩어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80년대부터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부르짖으면서 추구해온 국가와 국민의 정보화는 요원해진다. 아울러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지식정보화를 통한 정보강국건설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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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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