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26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2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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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위기

사람들은 왜 시,소설 등 문학작품을 읽는가.이에 대해 현학적인 이들은 어려운 용어와 고상한 표현을 총동원하여 독자를 질리게 만들거나 그들을 문학으로부터 멀리 쫓아버린다.단순히 재미를 찾아 읽는 보통 사람들 가운데 솔직하지 못한 일부는 이런 물이 들어 자기도 모르는 그럴 듯한 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다.오늘 날 문학은 그래서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수험용 교재식 정의에 따르면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로써 표현한 것이다.작가가 자기의 진실한 체험,사상,느낌을 녹여 전달하고 독자들은 여기에 정서적 반응을 나타낸다.즉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독자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이나 현실세계를 발견하면 기뻐하고,자기 삶에도 당당한 의미가 있음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며 안도하는 것이다.또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만나면 놀라거나 분노한다.

작자와 독자 간의 이러한 관계가 인간의 삶과 역사 또는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의 질문이나 논의 역시 전문가와 현학적인 이들의 몫이므로 그쪽으로 넘기자.보통 사람들은 문학이 없다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그 기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시,소설 등 문학작품의 독자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우리 나라에서는 90년대부터 문학의 위기설이 꾸준히 나돌았다.즉 문학의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된 것이다.문학작품을 비롯한 인쇄매체가 제공하던 재미와 지식을 영화,텔레비전,컴퓨터 화면이 대신하면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문학의 죽음 또는 자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보편성 외에도 인문학 경시,시험 위주의 교육 등 한국적 폐단까지 가세해 경박한 풍조를 더욱 부채질해 오고 있다.

이에 맞서 문학적 상상력을 더욱 깊고 넓게 하여 변화한 시대상을 제대로 담아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저속함과 상업성에 굴복한 이들과 대다수 사이비 문인들이 한국 문학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왔다.외적으로는 세계화와 시장 원리의 강풍이 몰아쳐 문학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26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윌 소잉카,이스마일 카다레,게리 스나이더,피에르 부르디외,파스칼 카자노바를 비롯한 국내외 저명한 문인과 학자 74명이 참가하는 국제문학포럼이 열린다.여기에서 문학의 위기를 둘러싼 고민과 이제부터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국내외 대가들이 모여 중환자실에 입원한 문학을 진단하는 것이다. 문학의 위기는 기우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그 소명을 다 한 것인가. 명쾌한 대답은 나올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실마리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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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200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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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역사 들쑤시기 '그해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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