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1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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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통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관리자들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네티즌의 글이 잘못됐다고 생각되거나 불리한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이를 삭제하는 방법을 쓴다. 남들이 더 이상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삭제라는 것이 글쓴이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어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자신의 글을 아무런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워버린다면 그야말로 분통터지는 일이다. 그럴 때는 더 높은 강도로 비난의 글을 올리거나 끈질기게 비슷한 내용을 글을 띄워보낸다. 일단 열을 받았다면 아무리 삭제해도 네티즌의 사이버공세는 멈출 줄 모른다.

그럴 때 홈페이지 관리자가 마지막으로 쓰는 것이 이른바 IP(접속주소)추적이다. 문제의 네티즌에게 직접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물론 IP추적을 하려면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시 말해 관계기관에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정식절차도 밟지 않고 적당한(?) 방법으로 개인의 IP를 추적하는 일은 남의 전화를 도청하거나 편지를 뜯어보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어서 그 자체가 범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힘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네티즌이 강력하게 비난하거나 비방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남의 IP를 추적한다. 정식으로 조사하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한 두사람의 네티즌이 하는 일을 두고 굳이 문제를 삼는다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명분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 같은 편법을 쓴다.

지난 4·13총선 때의 일이다. 필자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모 입후보자의 위선적인 행각에 대해 나름대로 확실한 근거를 갖고 몇 차례 비판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한 것은 물론 권력과 돈에 때묻은「직업 정치꾼」은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 담당자는 필자의 글에 불만을 품고 IP를 추적하여 PC위치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근거 없는 비방을 계속할 때는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여 형사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기자시절 군 수사당국으로부터 전화감청을 당해본 일이 있었는데 그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이에 필자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정식 절차를 밟지 않은 IP추적의 불법성을 따졌다. "당신들은 왜 불법적으로 남의 IP를 추적하느냐, 그렇게 위법행위를 해도 좋으냐"고 역공세를 폈다. "나는 나의 글에 책임을 질 테니 당신들은 남의 컴퓨터 IP를 불법적으로 추적한데 대해 책임을 져라"며 오히려 필자가 문제삼겠다고 항의했다.

필자의 강력한 반발에 그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후보라는 이점을 살려 관계기관에 특별히 부탁(?)해서 필자의 IP주소를 파악한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사실 이 문제가 표면화되면 불법행위를 저지른 여당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부산의 모 일간지로부터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을 즈음 이 신문은 여당후보가 유리하도록 기사를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반면 야당후보에 대해서는 아주 극렬하게 비난하는 악의적인 내용을 시리즈식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기자생활을 했던 필자로서는 도저히 참아 넘길 수가 없어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나고 있으니 올바른 보도자세를 갖추어라" "유권자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길래 일방적으로 한쪽만을 편을 드는냐"는 등의 글을 그 신문의 게시판에 올렸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신문사에서 IP를 추적해 필자의 컴퓨터가 발신지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정식으로 문제삼을 테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내왔다. 그 때도 필자는 "불법적으로 IP를 추적했으니 그에 대한 잘못은 책임져라"고 전했다. 그 신문사 역시 필자의 강력한 엄포성(?) 반발에 뜨끔했는지 "이제 그만 하라"는 뜻이었다며 한발 물러서는 것이었다.

이처럼 IP를 추적당하는 일은 정말로 기분 나쁜 일이다. 만약 당신이 전화통화할 때 도청당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도 섬뜩한 기분일 것이다. 누가 나의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창살에 갇힌 거나 다름없이 불안하고 갑갑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 경찰에서는 날로 급증하는 컴퓨터범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7월말부터 전국 PC방의 IP주소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업자들과 네티즌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에 보장된 통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지난 7월말 전국 경찰서와 파출소에 공문을 보내 "관할 구역에 있는 PC방의 IP주소와 맥 어드레스(랜카드 고유번호) 등을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PC방이 해킹 등 각종 인터넷범죄의 주무대가 되고 있어 신속히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되자 최근 인테넷내용 등급제 실시와 관련해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 온라인시위를 주도했던 진보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행위를 감시당한다는 것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개인의 행동자체를 제약하는 전제주의적 발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자 경찰당국은 랜카드 고유번호는 파악대상에서 제외하고 IP주소도 업주가 동의하지 않을 때는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찰의 요구에 자신 있게 거부할 업주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당국의 정책이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재고해야 마땅하다. "당국은 네티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음모를 버려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가슴에 와닿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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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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