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15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TV의 제3 혁명

SBS가 8월31일 디지털TV 시험방송을 시작했다.KBS와 MBC는 방송의 날인 3일부터 전파를 발사할 예정이다.비록 시험방송이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TV탄생,컬러TV에 이은 디지털TV시대 이른바 제3의 TV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TV는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아날로그TV에 비해 화면이 크며,화질은 5배 정도 깨끗하고 선명해 출연자의 땀구멍까지 확인할 수 있다.음질은 CD 수준에 이른다.

또 아날로그TV가 일정 시간에 한 프로그램밖에 방영하지 못하는 데 비해 디지털TV는 뉴스,드라마,스포츠 중계,쇼 등 5∼6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방송한다.영상압축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시청자는 같은 화면에서 다른 프로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아날로그TV가 ‘바보상자’라는 비난에 계속 시달려온 것과 달리 디지털TV는 ‘정보상자’ ‘보물상자’라는 찬사를 듣게될 가능성도 높다.예컨대 사극을 보다가 관련 인물의 역사적 사실이 궁금해 리모콘을 작동하면 화면 구석에 그에 관한 정보가 떠오른다.컴퓨터 등 주변의 디지털 기기들과도 간편하게 연결이 가능해 TV시청 외에 인터넷 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TV 탄생이 인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최근 모스크바가 잘 보여 주었다.방송탑 화재로 며칠 동안 TV를 시청할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이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컬러TV의 등장도 색채감각 등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디지털TV가 몰고 올 변화는 예측 자체가 무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런 대변혁의 파도가 지금 우리 앞에 밀려오고 있다.미국은 98년부터 시작,70여개 방송국이 실시중이며 영국도 같은 시기에 전파를 발사했다.일본은 빠르면 금년말부터 본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우리나라는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약간 늦었지만 기존 아날로그TV와 컬러TV 등장이 선진국들보다 10∼30년 떨어졌던 것과 견주면 어깨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TV 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 각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LG,삼성 등 국산 제품이 다른 나라 전자업체들을 제치고 선진국 가정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디지털TV 혁명에는 우리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꿈과 이상만 실현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시시각각으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아차 하면 후발주자한테 덜미를 잡힌다.또 인간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잘 조절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따라서 대변혁의 가운데서도 중심을 잡고 가야할 방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그러면 역사는 우리의 이번 디지털TV 시작을 의미 있게 기억할 것이다.

---------------------------------
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2000.09.01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