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3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1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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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남북화해시대의 언론

남북 관계가 급류를 타면서 가장 화제가 됐던 신문기사는 북한을 방
문했던 언론사 사장들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록이
었던 듯 싶다.정상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의 감격을 전달하는데는 신
문이 텔레비전의 생생한 현장감과 즉시성에 밀려날 수 밖에 없었지만
TV 생중계되지 않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은 그 풍부한 내용과 깔
끔한 정리로 인쇄매체의 장점을 돋보이게 했다.어느 신문의 논설위원
은 이를 ‘성공한 인터뷰’로 자리매김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에 대한 비판이 지난주 한 세미나에서 제기됐다.언
론계의 대선배인 조용중(趙庸中) 한국ABC협회 회장이 “쟁쟁한 언론
사 사장들이 왜 북한의 기근 등 민생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는가”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등과 관련, 우리 언론이 북한 보도
에 있어서 “자유사회 언론의 정도(正道)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하
게 한다고 주장했다.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이 중국 연길에
서 가진 세미나의 토론회 자리에서 였다.

원래 이 세미나는 ‘남북화해 시대의 국제관계와 한국정치’란 주제
로 열려,김영희(金永熙)중앙일보 대기자가 ‘남북 정상회담과 주변4
강의 역할’ 김재홍(金在洪)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남북화해시대의
한국정치’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주제발표에서는 통일외교의 중요
성과 원할한 남남(南南)대화의 필요성이 강조됐다.김 대기자는 “나
는 독일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의 독일보다는 2개의 독일이
있는게 좋다”고 했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의 말이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 사이에서도 나올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김 논설위원
은 여야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견해차이를 정리하면서 상호주의 원칙
의 신축적 적용,북한의 인권개선 요구에 앞선 남북 평화정착의 필요
성,신자주 노선으로 통일을 서둘러야 할 이유등에 관해 설명했다.이
와 관련,언제 이루질 지 모를 통일후 주한미군 문제를 지금부터 거론
할 필요가 있는지,한반도 주변 4강의 하나로 굳이 일본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의 세미나에서 우리 언론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온 것은 얼핏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당연한 것이었다.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 문제보다 남남갈등이 더 심각하게 대두되고 그것이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언론을 통해 극명하게 노출되고 있기 때
문이다.이 세미나에서 역시 언론계 대선배인 남재희(南載熙) 전 노동
부 장관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측 참가자들 사이의 논쟁을 유도하
기도 했으나 논쟁은 촉발되지 않았다.다만 앞으로 남북화해시대 언론
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언론계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데 모두 동의했다.

남북한 국민들은 우선 언론이라는 창(窓)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통일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또 다원주의 사회
에서 다양한 이념적 시각이 표현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각각의 주장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도 이해시키
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를 지녀야 할 것이다.그 논리
는 무엇보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통분모를 확대해가는 쪽이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군사적 대치속의 통일논의라는 중층적인 남북
관계의 한자락만을 붙잡고 남북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논리도 있을 수
있겠지만 먼훗날 언론계 선배가 아니라 후배의 따가운 비판에 직면하
게 되지 않을까.지난 1985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당시 언론보도가 지
금 비판대에 오르듯이.

세미나 다음날 백두산에 오르는 길을 안내했던 조선족 청년은 민족
의 동질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관광객 덕분에 연변이 잘 살게 된 것이
북한에 도움이 됐듯이 북한이 잘되면 우리 연변 조선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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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
대한매일 200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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