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2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0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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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동창회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웹사이트로 ‘모교사랑’(www.iloveschool.net)을 들 수 있다.인터넷을 통한 동창회로 온라인에서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특정한 날을 잡아 회원들에게 연락하면 정해진 시각에 같은 장소에 모이는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동창회와는 사뭇 다르다.오래 헤어져 소식이 끊긴 친구나 재학시절 선생님과 연락하려면 알음알음으로 연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번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

또 사람들의 생활양상과 범위가 다르므로 많은 인원이 같은 날 한 곳에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뛰어넘어 근사한 동창회를 할 수 있다.이 사이트의 인기는 그래서 지금 폭발적이다.

각 학교마다 여기에 동창회 사무실을 내고 활동 중이다.하지만 심각한 디지털 격차가 드러나 이를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서울 그것도 8학군 학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대학을 가입회원 수,올라온 글 수,회원 참여비율 등 세 분야로 나눠 25위까지 소개하고 있는데 대학을 제외한 각급학교가 대부분 강남,서초지역 학교다. 강북학교들은 가뭄에 콩나듯이 있고 지방학교는 더욱 드물다.대학도 대부분 서울지역 학교들이다.

학교간 지역간의 디지털 격차가 너무 심해 방문해 본 사람은 누구나 놀란다.세대간의 차이는 더욱 크다.중장년층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누구를 찾으려 해도 상대방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으면 헛일이므로 성사율은 극히 낮다.따라서 50대 이상은 대부분 종전처럼 일정한 날 일정한 장소에서 하는 오프라인 동창회를 벗어날 수 없다.

한 사이트의 현상만 가지고 디지털 격차를 가늠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전국 각급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모교 홈페이지를 운영하므로 굳이 ‘모교사랑’에 가입하지 않아도 동창,스승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또 이메일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소식을 주고 받고 연락할 수 있어 번거롭게 다른 사이트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같은 여러가지 점을 감안하더라도 디지털 동창회 참여 학교가 서울 그 가운데서도 일부 지역에 집중된 것은 바람직스런 일이 아니다.오프라인에서의 격차를 디지털에서는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정보사회의 평등과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계층,세대간 디지털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그보다 더 큰 빈부격차가 발생하며 정치,사회 등 각 분야의 민주화도 역행하기 쉽다.그것은 디지털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 반대로 가는 것이다.디지털 평준화를 위한 각계 각층의 관심과 노력으로 이런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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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mib.co.kr
국민일보 200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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