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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0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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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대통령 기념관

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리는 것을 기념이라 하고 그와 관련한 자료나 유물의 보관을 위해 세운 건물을 기념관이라 한다.또 돌 쇠붙이 나무 등에 그 업적을 적어 두면 기념비가 된다.송덕비,공적비,불망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조선시대는 송덕비 없는 마을이 거의 없었다.원님 등 벼슬아치들의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일제시대를 거쳐 근년에 이르러서도 군수 시장 등의 송덕비,공적비는 심심치 않게 세워졌다.지금도 오래된 고장의 군청이나 옛 건물 앞에 가면 주인없는 묘비처럼 줄줄이 늘어선 송덕비들이 폐석처럼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내용은 한결같이 어질고 훌륭해 백성들을 잘살고 편하게 해주었다는 칭송이다.

정말 그랬을까.비석차기라는 옛날 놀이가 대답을 대신한다. 예전에 명절이 되면 일부 지방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송덕비,공적비 등을 발로 차고 뭉개며 즐겼다.업적을 자화자찬하며 주민들에게 비석 건립을 강요한 대다수 벼슬아치들의 위선과 허위에 대한 분풀이였다. 그래서 뜻있는 이들은 정말 훌륭한 일에 대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송덕비를 세우려해도 사양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은 반대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과거의 공적비 등과 비교가 된다.본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 자녀와 측근들이 그 공적을 기리자는 것이다.그러나 그의 공과에 대한 역사와 국민의 평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물의를 빚고 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그의 과오를 들어 반대하는 측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기념관을 고향인 거제에 사비로 세울 뜻을 비쳤다.민주화 투쟁과 문민정부 업적을 기리며 박대통령기념관처럼 국고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개인비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김전대통령 역시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더구나 생존인물이다.그런 상황에서 기념관에 담길 내용은 뻔하다.사비로 하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할지 모르지만 김전대통령은 공인인 만큼 모든 것을 후세와 역사에 맡겨야지 스스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대통령 재임기간은 물론 그의 정치역정과 언행 모두가 나라의 역사요 기록이기 때문이다.

건국 반세기가 넘었지만 대통령 기념관 하나 제대로 세울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자신이 나설 일은 아니다.시간이 지나면 국민과 역사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과 업적을 엄정하게 평가한 기록,사료 등을 잘 챙겨 국민과 국가에 전하는 것이 정치와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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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mib.co.kr
국민일보 200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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