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23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95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어린아이 말투가 넘치는 사회

"저는요. 어제요. 엄마 아빠하고요. 외갓집에 갔어요." 텔레비전 화면에서 중학생이 마이크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뜻을 온전한 문장으로 엮지 못하고 어절마다 떼어서 토막말로 나타냈다. 토막말은 언어 능력이 미숙한 어린 아이들이 쓴다. 이런 토막말을 어리지도 않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쓴다. "속이 거북하고요. 머리가 아파요. 식은 땀도 나고요." 이렇게 어른이 숫제 어린아이 말투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말 끝에 '-요'를 불이면 공대가 되기는 하나, 그 공대는 반말의 바로 한 켜 위일 뿐이다. 반 말은 하대도 공대도 아니게 어미 처리를 어정쩡하게 하게 하는 말이다. 공대하기도 뭣하고 하대하기도 뭣할 때 어른들이 이 반말을 쓰기도 하지만, 어미 활용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아 이들이 많이 쓴다. '-요'를 반말에 붙여 공대를 나타내더라도 반말의 어린아이스러움은 여전히 남는다.

어린아이 말투 쓰기는 수십년 전보다 훨씬 심한 듯한데, 아마 텔레비전의 영향일 것이다. '토크 프로'라고 하는 것에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주고받는 말을 들어 보면, 거의 다라고 할 만큼 어린아이 말투다. 대중에게 보이는 프로그램에서라면 드라마 속 연기를 제외하고는 규범적인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성숙한 교양인이 지녀야 할 마땅한 태도다.

어떤 철학자가 이른 대로 말이 '사고(思考)의 집'이라면 어린아이 말투를 쓰는 어른의 사고 능력은 유아기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겠다. 유아어는 딱 부러지게 또는 책임있게 하는 말과 거리가 멀고 응석이나 얼버무림하고 더 가깝다. 우리 사회에 어린아이 말투를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도무지 어른답지 않은 일들을 저지르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 무관한 일 같지 않다.

어릴 적 쓰던 어린아이 말투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노력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고쳐진다. 청년기에 들어서서까지도 어린아이 말투를 쓰다가 어느 결에 말투가 바뀌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군대 갔다와서 그렇게 되는 수가 많다. 훨씬 믿음직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책임감이 전보다 강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릴 때부터 되도록 일찍이 어린아이 말투를 벗어나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훨씬 성숙해질 것이다.

----------------------------------
박강문(朴康文)

칼럼니스트
Le Monde Diplomatique 한국어판 2000.07 메세나 페이지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