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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79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2~3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실패의 가치, 실패의 미학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참으로 많이 듣고 자주 쓰는 말이다. 실패를 해본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격언이 생겨났을 것이다. 아마 성공한 사람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한번 실패한 뒤 이 격언을 가슴에 새기면서 자신의 실력을 연마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무런 실수 없이 목적을 달성하기가 얼마 어려운지는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어떻게 거울삼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느냐 하는 일이다.

우리는 큰 성공을 하려면 실패의 경험을 가져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실패가 안겨주는 패배감이 크면 클수록 재기하려는 오기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래가 걸려있다고 할 수 있는 대학입시에서도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진학하는 것보다는 한번쯤 떨어진 뒤에 더욱 열심히 해서 합격하는 것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쓴맛을 본 실패의 경험이 가져다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 외에 「타산지석」이라는 사자성어도 자주 쓴다. 이는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일지라도, 자기의 지덕을 연마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로 특히 남의 잘못이나 실수를 거울삼아 자신의 실패를 막는데 힘쓸 때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실패가 두 번 세 번 반복될 때이다.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게 되므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처음 실수했을 때 마음을 다잡아 남다른 각오로 몇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과학기술청 장관의 자문기관인 「21세기 과학기술간담회」가 "실패학을 구축하자"는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한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실패를 감추지 말고 밝힘으로써 그 교훈을 공유하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이 간담회가 내놓은 의견을 살펴보면 일본 기업들이 사고가 발생했거나 결함이 드러난 제품을 회수했을 때 이를 숨기는 경향이 있어 실패가 가져다주는 훌륭한 교훈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의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사회가 함께 나눠 가져야 하며,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연구회를 만들어 「실패학」이라는 새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같은 제언이 나온 배경은 H2로켓의 첫 번째 발사가 실패한 뒤 대학의 연구기관이 파악했던 설계잘못에 대한 정보를 당국이 알았더라면 다른 실패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던데 있다. 일본 과학기술청은 이 제언을 받아들여 2001년 예산과 장기정책인 과학기술기본계획에 포함시키기로 함으로써 「실패학」의 구축이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식이 날아오고 있다. 실리콘벨리뉴스 편집인으로 있는 석종훈씨가 5월30일자 사이버저널에 기고한 글을 보면 지난 8일 「파산한 닷컴회사를 위한 사이트」가 생겨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영국의 대형 온라인 패션업체인 「부닷컴」이 파산을 선언해 충격을 준데 이어 미국의 오락프로그램 제공업체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DEN) 과 장난감 판매업체인 「토이스마트」, 각종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크래프트샵」, 야외 바베규파티 관련상품을 공급하는 「BBQ닷컴」, 화장품 판매업체인 「뷰티신닷컴」등도 파산했거나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이처럼 특이한 사이트가 등장했으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 차례 회사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니콜라스 홀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이 웹사이트에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1천개의 사업계획서 가운데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것은 6개에 불과하다. 투자받은 회사 가운데서도 60%는 파산한다. 그리고 40%는 5년안에 망한다」는 메시지로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10%도 안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로 되어있다. 아니 그보다 낮은 5%이하라는 게 더 옳은 말인지도 모른다. 벤처기업은 이름그대로 실패할지도 모르는「모험적인 기업」인만큼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태생적인 것이라 하겠다.

실패한 사람이 또다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산한 닷컴회사를 위한 사이트」에 몇 번째 실패인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업에 실패한 이후 자금사정이나 건강, 정신상태, 주위사람과의 관계는 어떤지, 다시 재기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지 등을 제출하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실패한 벤처사업가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실수를 했다가 재기하는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리던 「한글과 컴퓨터」사의 이찬진씨가 끝내는 회사경영이 어려워 경영권을 남에게 물려주어야 했던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 이찬진씨가 지난해 7월 남들보다 한발늦게 「드림위즈」라는 포털서비스회사를 설립했는데, 10월부터 정식서비스를 시작한지 8개월도 안돼 회원 1백만명을 바라보는 업체로 키운 것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증명해 보인 경우라고 하겠다.

특정사이트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태어난지 1년도 안되는 이찬진씨의 「드림위즈」가 몇 달전 전자우편사용의 편리성에 관한 평가에서 선발업체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 국내의 무수한 포털사이트 가운데 5위권에 들고 있다는 것, 미국 알렉사닷컴(www.alexa.com)에서 발표한 5월중 랭킹이 1백40위라는 것 등은 이씨와 그의 동료들이 겪었던 실패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재기에 온힘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아날로그시대에 생겨나 많은 사람들이 재기하는데 힘이 됐던「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디지털시대에도 그대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볼 때, 진리라는 것이 정말로 큰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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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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