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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77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2~3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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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프로게이머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컴퓨터게임이 이 시대 최고의 오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프로게이머가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e스포츠」라고도 불리는 컴퓨터게임은 이제 오락실이나 PC방에서 재미삼아 하는 단순한 오락의 차원을 넘어서 아예 프로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 네티즌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마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컴퓨터게임의 실력을 본격적으로 겨루는 컴퓨터프로게임리그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게이머도 당당한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청소년들로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못지 않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로게임리그는 경기종목이 스타크래프트나 피파와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컴퓨터게임이라는 뿐이지 게임을 치르는 선수가 있고 이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관중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실공간의 실제 스포츠경기와 전혀 다른 바가 없다.

우리나나라에 프로게임리그가 첫선을 보인 것은 베틀탑이 주관하여 발족한 KIGL(코리아인터넷게임리그)로 삼성물산, 네띠앙, 인츠닷컴 등 15개 기업으로 팀을 구성, 지난 2월 중순부터 오는 12월까지 10개월동안의 대장정에 나서면서부터다. 현재는 프로게이머코리아오픈이 주관하는 트라이엄프리그 등 5개 리그가 연중행사로 벌어지고 있다.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프로게임팀은 30여개이며, 게이머는 1백50명 가량이다. 올 연말까지는 팀수 1백여개에 게이머도 5백명이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이머의 연봉은 보통1천만∼3천만원선이며 상위 랭커들은 연간 5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는 프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억대단위의 스카웃비를 받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컴퓨터게임학과를 설치해 신입생을 뽑고 있으며, 게임고수들에게는 장학금지급과 함께 특례입학의 특전까지 주는 대학도 있어 컴퓨터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게임의 효시는 지난 98년 미국에서 발족한 PGL(프로페셔널 게이머리그)이다. AT&T, 스리콤, 로지테크 등 10여개의 유명업체가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연간 총상금 수백만달러를 걸고 격식을 갖춘 대회를 치름으로써 컴퓨터프로게임이라는 장르를 열었다.

프로게이머들에겐 컴퓨터게임이 더 이상 오락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벌여서 이겨야 하는 생존수단이다. 프로세계에서 볼 수 있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만큼 실력의 차이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게임리그가 지난 2월 중순이후 한달 사이에만 5개나 생겨난 것은 적은 투자로 높은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간 2억원 정도면 프로게이머 5∼6명으로 팀을 만들어 리그에 참여할 수 있으며, 게임이 공중파나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고 있어 마케팅효과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프로게임이 청소년들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되자 인천의 iTV같은 곳에서는 아예 정규방송으로 채택, 일반 스포츠경기처럼 프로게임을 중계하기도 한다.

이처럼 컴퓨터게임이 프로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배경은 국내의 게임인구가 적어도 5백만명에 이르고 하루 1백만명 이상이 PC방을 이용하고 있는 등 저변인구가 많다는데 있다.

불과 1년사이에 스타게이머가 등장해 스포츠나 연예계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ID가 쌈장으로 유명한 이기석씨나 신주영씨 등이 바로 연간 수천만원대의 소득을 올리면서 스타로 대접받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이다. 이들은 대회상금 외에도 TV광고출현, 게임관련책자발간 등으로 상당한 부수입까지 올리고 있어 20세 전후의 청소년들에게는 가수나 개그맨 못지 않게 장래의 희망직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게이머의 앞날은 밝은 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대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PC방 이용자가 하루에도 1백만명 이상인데다, 컴퓨터게임을 하는 인구가 프로프로야구나 축구의 연간 관중보다 많은 5백만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흥행성이 충분한 비즈니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프로게임이 스타크래프트등 일부 종목에 지우쳐 있는데다 게이머의 연령이 너무 낮아 확실한 직업관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풍속도가 유행따라 변하는 것처럼 프로게임도 또다른 형태의 유행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걱정되는 것은 컴퓨터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거액의 상금에 매료되어 프로가 되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학업을 거의 포기한 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거의 하루종일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개인적·사회적 손실이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

어쨌든 프로게이머의 등장과 함께 프로게임해설가 같은 또다른 직종도 새로 생겨나고 있으며 부대사업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방배동에서 문을 연 인터넷게임아카데미(대표 윤중호)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곳에는 1백50평이 넓은 공간에 연습실과 전략개발실이 있고 게이머들을 위한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대규모의 골프연습장과 같은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밖에 유망한 게이머를 발굴하여 광고계나 연예계에 진출시키기 위해 프로모션회사를 차린 연예인들도 있다. 프로게임팀에 게이머를 임대해주거나 트레이드를 전담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는 것도 프로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똑같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문화관광부가 전자오락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게이머들의 사회진출을 돕는 한편 게임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프로게이머인증제를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프로게임협회 주관으로 1년에 두차례 시험을 치러 합격자에게 프로게이머인증서를 주는데, 인증서 취득자는 관련기업 취업뿐만 아니라 은퇴후 게임평론가, 해설가, 캐스터, 학원강사, 대학교수, 전무게임프로테스터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로게이머가 지난해 처음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할 때만 해도 게임에서의 상금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하고 해외대회 출전에 따른 비자발급 등 제도적 지원책이 없어 이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왔으나 이제는 이 같은 부정적 인식과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변한다는 말이 컴퓨터오락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게 알 수 있게 된 세상이다. 이게 바로 정보화사회, 인터넷시대가 갖고 있는 특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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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칼럼니스트
2000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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