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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2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75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2~3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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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5·18 술판

독재정권의 강요와 억압으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시련과 고통의 시기마다 민중의 숨통을 열고 희망을 불어 넣어준 것은 재야의 운동권이었다.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딴 소리 지껄이고,민중은 두려움에 떨 때 철창 안에서,또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외로이 그들은 싸웠다.그때마다 그들에게 역사와 국민은 큰 빚을 졌다.

그들처럼 용기를 가지지 못한 것에 몰래 부끄러워하고,그들이 자신을 내던질 때 조그마한 안일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소시민적 행태를 괴로워했다.그 부채를 조금이나마 탕감해 보려는 뜻과 그들에 대한 뜨거운 희망이 4·19세대,6·3세대 등 각 시대의 운동권 출신들을 선거 때마다 대거 국회로 보냈다.그러나 그 결과는 대체로 아니올시다였다.참신하고 헌신적이던 정열이 개인의 영달과 이권추구를 위한 추한 야욕으로 바뀐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우리는 언제나 희생만 하며 굶주림과 어려움을 짊어지고 살란 말이냐고.또 고통에 처한 민중을 물에서 꺼내놓으니 보따리까지 찾아내란다고 반박해도 어느 면에서는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전 운동권 세대들이 정치판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어도 또 다음 세대를 보낸 심리의 저변에는 이에 대한 이해와 미안함이 깔려 있다.이번에 386세대가 젊은 피 운운하며 등장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 운동권 출신들의 행적을 거론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래도 절대 다수는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어느 낙선자가 공개석상에서 대통령께 큰 절을 해 386세대의 의식수준을 의심케 하더니 이번에는 민주당 386출신들이 선배,재야인사 등과 광주민주항쟁 전야제날 술판을 벌여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켰다.혹시나가 역시나로 확인된 것이다.운동권의 투쟁이란 제도 권력에 진입하기 이력 쌓기에 불과하다는 일부의 극단적 비난을 결과적으로 정당화시켜주고 말았다.

억울하다,사실이 과장됐다,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등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그들이 시정의 평범한 시민들이라면 어느 경우든 크게 문제될 게 없다.그러나 그들은 공인이다.그것도 국민의 간절한 기대와 화려한 각광 속에 등장한 이들이다.

명나라 여신오는 ‘신음어’에서 지도자의 첫째 자질로 신중함과 사려깊음을 들었다.호탕함과 총명함은 그 다음 둘째,셋째다. 5·18 술판은 가장 중요한 첫째 자질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원숭이는 높이 오를수록 자기 꼬리를 더 많이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즉 지위가 높아질수록 뒤를 주시하는 눈도 그만큼 많아지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항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그들이 이를 명심했더라면 이번 사태를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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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200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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