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7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41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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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환경권

생태계 보호와 생산성 차원에서 숲,강,바다에 못지않은 가치와 중요성을 지닌 개펄이 시들거나 죽으면 지구도 고통과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그래서 한국 서해안은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를 끼고 있는 북해 연안,미국 북서부해안과 동부 캘리포니아만과 함께 아마존의 열대림과 맞먹는 중요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중요성을 외면하고 서해안지역 개펄 매립을 계속해 왔으며, 지금도 세계최대의 매립이라는 새만금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고 있다.세계 최대 자랑이 아니라 가장 부끄러운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참다 못한 18세 미만 청소년 1백명이 오는 5월5일 어린이날 전까지 ‘미래세대의 환경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국내 처음으로 제기할 방침이다.태어난 지 40여일 된 아기도 포함된 전국의 청소년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큰 환경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래세대가 보고 느끼고 혜택받을 개펄을 파괴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환경권 침해”라고 주장했다.뿐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 하는 공사라면 자신들이 자란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어른들의 일방적인 개발논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지난 90년도 필리핀 청소년들이 천연열대림의 무분별한 벌목에 반발,제기한 미래세대 환경권 침해소송을 연상케 하는 일이다.필리핀은 청소년들의 승소로 끝나 벌목이 대폭 축소되었다.우리는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지만 어른들도 이 운동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선진국인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는 청소년들이 나서기 전에 이미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북해의 남서쪽 와덴해역 개펄을 공유하는 독일(60%),네덜란드(30%),덴마크(10%) 삼국은 1988년 ‘와덴해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의했다.이는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와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할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케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핀이나 한국처럼 청소년들이 나서기 전에 기성세대가 ‘자연은 앞 세대가 후손들한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고 실천한 것이다.따라서 그들은 개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했으며 네덜란드는 기존 매립지를 개펄로 원상복구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우리는 그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개펄뿐만 아니다.무분별한 문화재 발굴이나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선진국에서는 현행 기술로 충분치 않다 싶으면 후세대로 미룬다.지나친 경제·정치논리에 휘둘려 미래세대 환경권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박연호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2000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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