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15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31호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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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우리들의 교수님

선생님이란 말은 본래 최상의 호칭이었다.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학예가 뛰어난 사람,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교수를 지칭할 때 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 누구나 선생님이라고 했다.교수들끼리도 아무개 선생님이라고 불렀다.어쩌다 공경한답시고 교수님이라고 하면 뜻있는 교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교수는 대학에서 전문학술을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사람, 즉 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 분류하는 말인데 그걸 호칭으로 쓴다고 호통쳤다.그런 식으로 부르려면 왜 김공무원, 이경찰, 박이발사, 아무개엿장수라고는 부르지 않느냐며 나무랐다.

그 무렵부터 박사 호칭 또한 성하기 시작했다.선생님, 교수님으로도 부족한지 최박사, 정박사하고 부르는 풍조가 있었다. 이에 대해 뜻있는 교수들의 반발 역시 만만찮았다.박사는 자격증의 일종인데 그걸 부르는 건 선생님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었다.그렇게 부르려면 이감별사(병아리), 박요리사, 오소설가, 성음악가라는 말도 통용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그런 반발에 무리가 없지 않았지만 일리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유명 학자는 기자회견장에서 막간을 이용해 자신은 박사학위를 받은 적이 없으니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그래도 교수들에 대한 호칭은 인플레를 거듭해 지금은 자기들끼리도 아무개교수, 무슨박사를 서슴없이 부른다.그들인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세태가 그런데 아닌 척 튀어봐야 오히려 우습게 될 여지가 많아서일 것이다.

존경의 뜻이 그렇게 변한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속만 실하면 되니까.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박사학위 없는 교수는 겸임교수들한테서나 한둘 찾아볼까 모두 쟁쟁한 박사고, 선생님 아닌 교수님들이 대학 캠퍼스마다 넘쳐나는데 강의와 연구에서는 그와 부합하지 못하는 ‘교수님’들이 너무 많다.

논문 한 편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어쩌다 제출해도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 부지기수다.이런 사람들일수록 재단 또는 고참교수와의 고리가 튼튼해 평생을 보장받고 학교 외 일에 왜 그렇게 밝은지 귀신도 놀랄 지경이다.

그런 사람들은 누가 실수로 교수님이나 박사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호칭에 걸맞는 연구실적 없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정부가 내년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도 수준 이하의 부실한 논문을 내는 교수는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학생과 국민은 절대 찬성이다.단 그 평가 기준이나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고 자격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그래서 진정한 우리들의 교수님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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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논설위원 국민일보 2000년 0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