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분야 : 사회 [대한매일]
게재일자 :1999년 11월18일

새 로마자 표기법 어떻게



 17일 국립국어연구원이 내놓은 국어 로마자 표기 개정시안은 지난 8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표기법을 일반 국민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현행 표기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반달표(ˇ)와 어깻점(') 등  특수부호를
사용한다는 점이다.이 부호들은 모음 ‘어,으’를 표기하고 자음 거센소리를
 표시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국민과 외국인들로부터 심한 거부감을  받아왔
다.특히 반달표는 컴퓨터 자판에도 없는 특수부호이며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외국어인 영어에서는 두 부호 모두 사용되지 않고 있다.예컨대 우리
나라 영자신문들도 ‘인천’을 반달표와 어깻점을 둘 다 생략하고 보통 ‘In
chon’으로 표기한다.그러나 이렇게 생락했을 때 ‘고창’과  ‘거창’,‘청
주’와 ‘정주’,‘송씨’와 ‘성씨’가 같아지고 만다.따라서 이 부호를 쓰
지 않는 로마자 표기가 필요하다는 대전제가 생긴 것이다.

 거센소리 ‘ㅋ,ㅌ,ㅍ,ㅊ’의 현행 표기에서 어깻점을 없애고,모음 ‘어’‘
으’의 표기를 ‘eo’‘eu’로 바꿀 경우 지금은 컴퓨터 등으로 쓰기 어려운
  평양(Pyeongyang) 태안(Taean) 경기(Gyeonggi) 음성(Eumseong) 등이  쉽게
쓰여진다.

  또 현행 표기법은 자음의 경우 우리 국민이 아니라 서양사람,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의 ‘귀’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그래서  ‘ㄱ,ㄷ,ㅂ,
ㅈ’이 무성음처럼 들리는 어두에서는 ‘k, t, p, ch’로,유성음으로 들리는
  두번째 음절에서는 ‘g,d, b, j’로 달리 옮겨지고 있다.그러나  외국인과
달리 한국 사람들의 귀는 대부분 왜 ‘경기’의 두 ‘ㄱ’이 처음에는  k,나
중에는  g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이에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면서
한국어의 동일한 음소를 로마자 두 글자로 나누어 적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고 판단,‘g,d,b,j’ 한 가지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래서 외국인이 발음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푸산’‘태구’‘쾅주’
로 들리는 ‘Pusan’,‘Taegu’,‘Kwangju’를 외국인 귀에 앞서 우리  귀에
‘부산’‘대구’‘광주’로 들리는 ‘Busan’,‘Daegu’,‘Gwangju’로  적
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실생활에서는 이미 사문화된 반달표와 어깻점을 없앴고 한국
발음을 반영한 자음표기를 채택함으로써 비교적 무난한 안으로 평가된다.

한글은 자음 19개에 모음 21개를 합쳐 음절단위가 무려 40개에 달해 20개 음
절에 지나지 않는 로마자로 한국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명이나 회사명 등은 기존 표기를 인정함으로써 겪을 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재영기자 kjykjy@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