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ㅓ" 로마자 표기싸고 격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지난달 19일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개정안 공청회에
이어
16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추가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이번에 내놓은 개정시안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보고
가장 논란이 많은 `ㅓ'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해서만 집중토론을 벌였다.
김세중 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은 지난 9∼10월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ㅓ'를 표기하는 로마자로 일반인은 `u'(51.5%), 언어학자는 `eo'(38.9%)를
가장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u'의 경우 `ㅜ'를 `oo'나 `woo' 등 다른 로마자로 표기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eo'는 두글자여서 비경제적인데다가 외국인들의 발음유도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 뒤 '표기법이 최종 고시되기까지는 충분히
따지고 토론하되
일단 국가적으로 표기가 정해지면 오로지 결정된 것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원 이화여대 교수는 '▲보편성 ▲변별성 ▲효용성 혹은 예견성 ▲정체성
▲시각성
▲역사성 ▲호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매긴 결과 `o' 위에 반달표를
붙이거나 `eo'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강문 대한매일 데이터베이스팀장은 '사용빈도가 높은 `ㅓ'를 두글자
`eo'로 쓰는
것은 불합리한데다가 실제 발음을 끌어내기도 어렵다'고 반박하며 '`1음운
1기호'의
기본원칙에 따라 `e'를 써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그는 '우리말 모음조합의 일관성을 살려 `ㅔ'는 `ei', `ㅐ'는 `ai'로
적는 동시에
`ㅡ'를 `y'로 약속해 `ㅢ'를 `yi'로 적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홍연숙 한양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o'에 반달표를 붙이는 것을 선호하나
어떤
것으로 결정하든 북한의 로마자 표기법과 음운변화, 사용빈도와 간소화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우 호남대 교수는 '영어에서 `ur'이 가장 `ㅓ'와 근접한 발음을 내는데다가
`eo'와
달리 독립된 음절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ur'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시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방청석에서도 계속됐다. 방청객들은
`eo'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한편 `g,d,b,j'의 사용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한 방청객은 '도로표지판 교체는 물론 인터넷 주소도 모두 바꿔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인터넷 도메인을 다시 사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국어연구원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세중 부장은 '기업명이나 인명 등은 어차피 지금도 현행 표기법에어긋나게
쓰는 경우가 많다'고 잘라말한 뒤 '그동안 익숙해진 것을 버리는 불편만
감내한다면
`ㄱ,ㄷ,ㅂ,ㅈ'과 `ㅋ,ㅌ,ㅍ,ㅊ'을 구분하는 새 표기법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격론이 벌어지자 문화관광부는 국어연구원의 시안을 토대로 이달중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확정 고시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결정시기를 내년 초로
미루기로
했다. 국어연구원은 서울에 이어 각 지방에서도 개정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heeyong@yonhapnews.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