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631 [칼럼니스트] 2017년 2월 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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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그토록 짜증스럽더니 겨울에까지 또...
박강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짜증스럽습니다. 국민을 말할 수 없는 실망에 빠뜨리고 허탈감으로 몰아가고서도, 잘못했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여름 너무 더워서 짜증스러운데, 이상한 사람들이 나와서 더 짜증스러웠습니다. 여름 가면 그 짜증이 물러가겠거니 했더니 겨울 오자 몇 갑절 더해져서 왔습니다. 하도 짜증스러워서 지난 여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 때 쓴 짧은 글을 다시 읽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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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더위도 갑니다만...

2016년 여름 더위는 8월 26일에서야 갔습니다.
2010년에는 8월24일에야 더위가 갔습니다.
(이 날짜들은 기상대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제 일기장에
적어 놓은, 8월말 열대야 끝날입니다.)

8월 10일쯤 되면 해 진 뒤엔 시원해지고 동해안 해수욕장
썰렁해지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일이 돼 버렸습니다.
여름에는 아외활동하기 좋아 기다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여름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시내에서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데,
옆자리 노인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덥지요? 왜 이렇게 더운지 아십니까?"
"...."
"사람들이 죄를 많이 지어서 하나님이 노하신 겁니다.
정신들 차리지 않으면 곧 불로  심판하십니다."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잠자코 있었더니, 그는
검찰 고위 간부 진모씨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우모씨의
무한탐욕, 음주운전하다 사고 내고도 경찰청장 하겠다는 이모씨
의 뻔뻔함을  자근자근 씹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몇을 작살냈습니다.

그가 그러고 나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 할 때, 나는 지하철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쳐갔습니다. 차내 전도
대상으로 점찍었다가 놓친 것 같았습니다.

폭염도 폭염이지만, 이 여름에 더 짜증나도록 한 것은 바로 그 노인이
개탄했던 대상들이 한 짓거리들입니다.  

여름도 겁나지만, 해가 갈수록 혹한 일수가 많아지는
겨울도 무섭습니다. 다가울 겨울에는 긴 혹한도 없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도 없었으면 합니다. 2016.08.28

-2017.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