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8 [칼럼니스트] 1611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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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가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요즘 부산은 피난시절 이야기로 먹고사는 관광지가 되었다. 목재, 화학, 신발, 조선 등등의 제조업으로 풍요롭고 활기차던 옛 부산은 사라지고 그전 육이오 피난시절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육이오 때 피난민들이 내려와 집이 없으니 산위로 올라가 산허리인 산복에 계단을 만들고 골목골목 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들이 이제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있는 집, 정감이 묻어나는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되어 비쳐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감천동이 그렇고, 산복도로 이바구(이야기) 골목이 그렇다. 항구에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첫 번째로 일감을 받으려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지저분했던 계단과 골목이 2015년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옛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보수동 책방골목도 국제시장 옆에 자리 잡은 것이 1950년경이었다. 혜광고등학교 등 근처 학교들이 많은 탓인지 참고서 교과서들이 팔리고 사고하면서 이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을 사고파는 장소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제 오래되다보니 부산의 명소가 되었다. 현재 42개의 책방이 남아 보수동책방골목의 이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만약 사회의 도움 없이 시장논리로 흘러가게 내버려둔다면 이마저 머지않아 서울 청계천헌책방처럼 하나 둘 책방이 사라지고 신발가게, 옷가게 등등  장사가 되고 돈이 되는 가게,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업종으로 바뀌지 않겠는가 싶다.

서점이 문을 닫고, 헌책방이 사라져도 유일하게 부산에서 보수동책방골목이 살아남은 이유는 골목이라 다른 업종이 들어오기 어려워서, 말하자면 다른 가게 해봐야 되지도 않을 것 같아서라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보수동 헌책방이 자리 잡고 있어 지나가다 한 번 휙 둘러보고 책구경을 할 수 있어서 시민이든 관광객이든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헌데 대자본이 들어와 이 가게들을 싹 밀고 좋은 빌딩을 지어 실내장식이 좋은 음식점 커피점 옷가게 구둣가게에 땅주인은 비싼 임대료 받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하자. 행인 구두에도 흙이 묻지 않는 깨끗한 상가가 형성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렇게 살아서 헛헛한 마음은 어디서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2015년 2월 9일 월요일

(*필자는 헤이즐넷 온라인 중고서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