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4 [칼럼니스트] 1609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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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택배함 센서 고장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새로 짓는 아파트에 무인택배함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번호 여러 개 누르고 하는 일이 번거롭게 여겨졌다. 또 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택배가 무인택배함에 들어가 있고 이를 찾기 위해서 집에서 나와 열려고 하니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해 차라리 옛날 방식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떤 할아버지가 택배함을 때려 부수었다는 루머도 몇 년 전 돌았다.

그러나 사용해보니 편리한 경우가 많았다. 집에 있는 사람이 드문 세상이다. 보낼 물건을 외출할 때 무인택배함에 넣고 나가고, 택배온 것도 무인택배함에 넣어두라고 하면 된다. 외출할 때, 집으로 들어올 때 찾으면 된다.

이 편리한 세상에 취해있을 때, 느닷없이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전망좋은 곳에 자리잡고 해변에서 왕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일 년 전 내가 발송한 책 두 권이 무인택배함 센서고장으로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 점검결과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 허락이 있어야 연다고 해 허락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을 거예요. 일 년 동안 몰랐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그 지인은 나의 소위 멘붕상태를 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이 벌어져 충격을 받고 놀라면 ‘아, 무슨 일이 잘못됐구나, 하고 해결하면 되지, 왜 그렇게 어떡허나 어떡허나 하고 난리냐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지인은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했다. 나는 지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앉아 한참 생각을 했다.

나는 매일 송장번호를 입력하고 확인하고 택배아저씨와 연락하면서 심지어 ‘주문한 지 5일이 되어도 받지 못하면 즉시 전화를 하세요’라고 공지를 어떤 곳에서 올리기도 했다. 중고 책을 파는 일은 중고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책이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일 년 동안 배달이 안됐는데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기가 막혔다.

택배보관물건을 확인해 보니 송장이 찍힌 채였다. 2013년 8월. 그 주소지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일 년 전 책 주문했는데 못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하면서도 참으로 이상한 이야기이다. 전후사정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더니 한 분은 그 때 환불을 받았으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다른 한 분은 바쁘기도 하고 중고책값이 저렴해 책이 안와도 그냥 두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휴가에서 돌아오면서 일년전 배달이 안된 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결국은 내 잘못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내 상상은 빗나갔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너그럽게 이해해준 구매자 두 분에게 감사하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면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 사실을 밝히자. 무인택배함의 센서고장이 누구 잘못이고 누구소관이고 이런 걸 따지기 전에 무인택배도 신이 아니고 기계일 따름이고 그것을 만든 것도 사람이고 관리하는 것도 사람이다. 4년 동안 매번 송장번호를 입력하면서 밤에 어디까지 왔나를 추적하면서 2013년 8월 어느 날 왜 나는 물건이 가지 않고 있음을 몰랐던 것일까? 왜 그랬는지 일 년 전 일이라 기억도 나지도 않는다.


우리는 실수를 하면서 산다. 그리고 그 실수를 말해야 한다. 그래야 개선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나는 노력할 뿐이다.

‘We all make mistakes, I learn the lesson from my mistake'
헤이즐넷 http://www.hazel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