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608 [칼럼니스트] 2014년 5월 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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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발 제대로 하자
박강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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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2014년 4월 16일)과 승객 구조 작업을 보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승객 대부분은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들이었다. 꽃다운 수백 명의 생명이 찬 바다 속에 저렇게 갇히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인가. 이 아이들 부모와 가족, 그리고 온 국민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한 저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인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가 난다.

가장 통탄스러운 일은, 침몰 위기 때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나 몰라라 하고 배를 먼저 빠져 나간 것이다. 사고 초기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위급 상황을 알리고 퇴선 조치를 했더라면 승객들을 전원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수면 아래로 들어가기 전까지 승객을 대피시킬 시간이 있었는데도, 배를 잘 아는 선박직 선원들이 영문 모르는 승객들을 버려 두고 자기들만 나갔다니 기막힌 일이다. 이 정신 나간 사람들의 행위는 집단살인과 진배없다.

생존자가 찍은 휴대폰 동영상에는,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에 순응하여, 이미 기울어진 선실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 아이들의 생명을 이렇듯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아넣은 자, 그 죄값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다음으로 안타까운 것은, 배에 저절로 펴지는 구명뗏목 46개 등 긴급상황 때 쓸 수 있는 장비들이 있었으나 사용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장비 점검을 엉성하게 했고 선원 훈련을 하지 않았거나 슬렁슬렁 넘겼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되는 일이다.   

이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에 작동이 제대로 되는 정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애썼는지 몰라도, 차디찬 바다 속에 아이가 갇혀 있는 부모들의 애타는 마음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아프게 한 면들이 있다.  가족들이 오죽 답답하고 분통이 터졌으면 청와대로 몰려가겠다고 나서고 자비로 장비를 끌어오자고 했겠는가. 날짜는 이틀 사흘 나흘 지나는데 구조작업은 더디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앉은 관리는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하다가, 해양경찰의 보고를 엉뚱하게 이해하여 발표하고는 나중에 뒤집기도 하고, 구조자 숫자 또는 이름을 잘못 알렸다가 정정하기도 하여 불신감을 키웠다. 중앙재난대책본부가 한 일은 오락가락 우왕좌왕밖에 없는 듯 보인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간판 바꾸는 데 국민 세금을 쓰고 나서 도대체 국민 생명 안전을 위해 특별히 애쓴 일이 뭐 있나. 사고 방지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어야 할 선박 개조 및 선박 안전 감독을 맡은 정부 기관은 뭘 했는지 원망스럽다.   

국민 4백 명의 생명이 함께 급박한 위기에 있다면, 이는 국가의 중대 위난 사태가 아닐 수 없고, 그야말로 전시 상황에 가깝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정부의 움직임은 굼뜨고 흐리멍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쟁에 대처하듯 행정력 그리고  인명 구조를 위한 군의 장비와 병력이 처음부터 집중되어야 했다. 나중에 보니 좋은 장비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왜 진작 이것들을 몰아오지 못했을까.  

사태 수습이 일단락되면 국정을 맡은 이들의 뼈저린 반성과 함께 확고하고도 세세한 보완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해난 구조 활동의 통합 지휘, 분담 및 협력 체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맞춰 실제 상황에 가까운 훈련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번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태는 현정권만이 아니라 역대 정권 때도 일어났었지만 앞으로는 제발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안전하게 살게 할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의미가 없으며 무능한 정부는 국민에게 아픔을 안길 뿐이다.
-201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