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9 [칼럼니스트] 1598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 글 보기 | 거시기 머시기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그때 그사건3 - 성철스님 법어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성철스님의 조계종 종정 취임 법어는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구 해인사 백련암에서 수행을 하던 스님이 종정이 되어 1981년 1월 20일 내린 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란 말은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마음에 때가 묻으면 ‘그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하면서 나를 내려놓을 수도 있는, 그런 말이기도 하다.

사실, 불교는 중국을 통해 신라로 건너와 꽃을 피웠기 때문에 경전이 한문으로 되어있다. 일단 한문을 알아야 그 내용을 이해하고, 한문으로 된 경전을 읽은 스님들은 한문으로 된 내용을 설법에 인용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경제개발이 목표가 된 경제적, 정치적 시대상황에서 산 속 깊이 들어앉아 현학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면 당시 통기타, 장발, 디스코, 청바지 세대에게는 그리 와 닿지도 않았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새로 지은 멋진 건물에서 일요일이면 모여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지내는 다른 종교가 더 접근하기가 쉬웠다. 조계사가 자리한 서울 종로도 중심가이기는 하지만 분규로 각목, 점거 사태가 이어져 사회면을 장식했고, 종교가 범죄인의 세탁 장소로 이용된다고 꼬투리를 잡혀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산 속에서 수행하던 성철스님이 종정으로 추대되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말을 내리자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이 후 성철스님의 사월초파일 법어, 신년법어 역시 언론의 관심을 끌며 대중에게 알려졌고, 또 성철스님이 한 말은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967년 해인사 백일법문에서 했다는 ‘달을 볼 때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목표는 달이지, 손가락에 있지 않다’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달을 보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가라는 말이다. 불교경전에 있는 말이라고 한다.

성철스님은 원래 공부를 하면서 한국 불교의 맥을 잇고 있던 분이었다. 1947년 문경 봉암사 결사를 통해 스님들이 스스로 일하고, 회색빛 무명 가사를 입는 등등 지금 우리가 보는 절 모습의 뼈대를 이미 만들었고, 아인슈타인, 칸트, 영문 잡지를 산 중에서 읽었으며, 수행할 때는 철조망을 치고 생활하는가 하면, 해인사로 와서는 선원, 강원 등을 갖추고 해인사 방장으로서 스님들을 엄하게 교육시켰다. 본인은 솔 잎 등 생식을 했다고 한다. 권력자들에게도 절 3천배를 해야 만날 수 있다는 규칙을 똑같이 적용했다

입적했을 때 남긴 물건으로는 깨끗이 빨아서 입었다는 누더기 한 벌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성철스님 홈페이지 http://www.sungchol.org 에 가면 생전의 모습과 법문하는 동영상도 볼 수 있다. .

성철스님 종정 취임법어 앞부분은 이렇다.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는가?/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해석: 부처님의 깨달음 사방에 두루 비추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법회에 오신 사람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한성대신문 제481호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발행
그 때 그 사건 세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