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9 [칼럼니스트] 1592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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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사건1- 성대결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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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이 남자선수 보비 리그스와 테니스 경기를 벌인 이 사건은 성대결(The Battle of the Sexes)로 불린다. 1973년 9월 20일 미국 텍사스에서 3만 명의 관중과 5천만 명이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는 가운데 펼쳐진 이 성대결 경기는 빌리 진 킹이 6-4, 6-3, 6-3 로 승리하여 10만 달러의 상금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 사건은 상금이 어마어마한 흥행이 아니라 은퇴 즈음의 남자선수가 자신은 정상의 여자선수와 대결해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여성에 대한 공적 비하 발언이 문제였다.

당시 서양에서는 남자테니스 선수들이 유명했고 대회에서 이기면 상금도 따랐다. 그러나  여자 테니스 선수는 유명하지도, 상금도 별로 없었다. 장학금에서도 밀렸다. 세계 대회는 남성위주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남자 테니스는 힘이 있고, 스피드가 있었다. 비록 빌리 진 킹 Billy Jean King 이 당시 세계적인 선수이긴 했으나 여자 선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 때 세계적인 남자 테니스 선수였던 보비 리그스 Bobby Riggs 가 은퇴 즈음의 나이에 아무리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여자 테니스 선수는 남자선수를 못 이긴다고 하면서 빌리 진 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남성우월적인 시각에서 공공연하게 여자 테니스선수들을 비하했다. 빌리 진 킹은 당시 30세, 보비 리그스는 55세로 25세의 나이차였다.

빌리 진 킹은 처음에 거절했다. 그러자 보비 리그스가 다른 세계적 여자선수 마가렛 코트와 3세트경기를 벌여 6-2, 6-1 로 이겨버렸다. 그의 말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그러자 넉 달 뒤 빌리 진 킹은 보비 리그스와 5세트 경기를 벌였다. 결국 완승하여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마가렛 코트와의 경기에서 이기자 리그스는 역시 여자테니스가 남자테니스보다 뒤떨어진다는 등 남성 우월적 언사를 공공연하게 계속했기 때문에 빌리 진 킹은 이 도전을 받아들였고 그리고 전 세계가 보는데서 이겼다. 사실 이기기전 까지는 누구도 예측을 못했다.

‘This is not about money. but, history, equality' 경기에 이긴 다음 빌리 진 킹은 보비 리그스 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40년 전 한국에서도 전해지자 나는 우선 힘에서 밀리는 여성이 일대일로 남성과 스포츠경기를 벌여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남녀가 일대일로 경기를 한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다. 역시 미국여성은 앞서 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73년 이 성대결을 여성해방운동의 시발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테니스 단식에서 남자선수들은 5세트 경기를 벌인다. 여자 선수들은 3세트 경기를 벌인다. 이것이 신체적 차이를 인정해 정해진 규칙이다. 이 점 때문에 남자선수들은 상금액수가 남자에게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 진 킹은 남녀의 상금액수가 같아야한다고 주장하여, 결국 40년 만에 이루어냈다. 오래 경기를 벌이는 것, 남녀의 신체적 힘, 경기력만이 상금액수를 결정짓는 단 하나의 근거는 아니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나는 십년 전 영국 윔블던에 테니스경기를 보러갔다가 그 해 윔블던을 방문한 빌리 진 킹을 먼발치에서 보았다. 빌리 진 킹이 입장하자 전 관중이 우뢰와 같은 기립 박수를 쳤다. 남자들도 물론 있었다. 도전을 피하지 않고 맞서 이긴 자에 대한 존경심이리라. 당시 여자테니스협회를 만든 빌리 진 킹은 이 성대결 이후 여자 테니스선수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상금액수도 남녀가 같아야한다고 주장하여 40년에 걸친 변화를 이끌었다. 이 성대결은 단지 시작이었다. 나는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쳤다. 내가 해외토픽으로 접했던 그 전설적인 사람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찰 뿐이었다. 지금도 빌리 진 킹은 테니스 일을 하고 있다.

- 한성대신문 479호 2013년 9월2일 발행
그 때 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