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칼럼니스트] 제1580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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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그 거룩한 현상에 대하여
이재일 캐리커처. 보이지 않을 수 있음.
이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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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게 마련이다. 늙는다는 것, 즉 노화는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방식에 따라 생애를 완성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화를 노쇠와 같은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노쇠는 비가역적(회복할 수 없는) 것인데 비해 노화는 가역적인(회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노화=노쇠'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노화 역시 노쇠처럼 다시는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노화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노화를 초래하는 유전인자를 발견하지 못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대 노화고령연구소 박상철 소장은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를 대상으로 독성자극에 대한 반응을 비교해본 결과 흥미로은 사실을 발견했다. 저강도에서 젊은 세포는 반응했으나 늙은 세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게 여기고 이번에는 고강도 자극을 주었더니 젊은 세포는 반응을 하다가 죽었고, 늙은 세포는 반응을 늦게 하는 대신 죽지 않았다.

그래서 좀더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동물의 몸속에 세포독성물질을 투입, 간조직 내의 세포 손상정도를 비교해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젊은 세포보다 늙은 세포의 사멸지수가 현저하게 낮았던 것이다. 이는 젊은 세포가 늙은 세포보다 훨씬 많이 죽었다는 뜻이다.

이 실험결과는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외부로부터 가해진 독성에 대해 더 높은 생존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이로써 그동안 노화를 죽음의 전단계로 이해했던 일반의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늙었다는 이유로 버리거나 포기하는 행위, 즉 '버리기 윈리'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치 못하다고 박 소장은 지적하고 있다.

노화는 결국 죽어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생명체의 생존노력, 즉 환경적 자극과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하고 적응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임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화는 불가피한 것이거나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지연시키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버리기 원리'가 아닌 '고치기 원리'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개체기능(인체의 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버려야 한다. 아울러 실버세대는 강한 생존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이에 알맞은 식사습관, 적절한 운동, 그리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장수시대. 건강 100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갖는 것이다.

누가 늙음을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는가. 아니다. 독성자극 실험에서 보았듯이 늙음이란 우리 인체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나타나는 '거룩한 현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2.03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