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9 [칼럼니스트] 제1578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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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헌책방거리 불룸즈버리(BLOOMSBURY)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참으로 기쁜 일이다. 런던의 헌책방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서이다. 2010년 여름 나는 런던에 가 헌책방을 찾아 다녔다. 옷가게는 잘 아는데, 헌책방이 어디 있는 지는 잘 모르겠어서 책방에 들어가 가장 최근에 나온 책방 거리에 대한 책을 한 권 사기로 마음먹었다. 2009년에 나온 ‘Book Lovers’ London’ 이라는 책이 있어 들쳐보니 런던의 책방, 헌책방 등등 서점에 관한 정보가 지도와 함께 나와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운 채링 크로스Charing Cross에 즐비해있는 헌 책방들은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뮤지컬 극장도 있지만 길을 죽 따라 헌책방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길을 따라 죽 올라가 대영박물관 근처 불룸즈버리 지역으로 갔다. 내가 못 찾았는지. 아니면 없어진 건지 안 보이는 책방들도 있었다. 아마 2012년 지금 이 책을 가지고 가면 또 찾을 수 없는 책방이 있을지 모른다. 책방, 헌책방들은 수가 줄고 있다. 한국도, 런던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책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책 한권을 의지한 채 나는 런던 중심가로 나갔다. 그런데, 만약 친구의 말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나는 책자 들고 지도 보며 여기저기 다니는 외국인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을 것이다. 내가 헌책방 구경하러 다닌다고 했더니 런던에 사는 외국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스쿱’에 가봤냐고. 나는 스쿱? 하고 되물었다. BOOKS를 거꾸로 한 책방이름이 SKOOB 인데 자기가 대학생이었을 때 전공 책을 사곤했다며 가보란다. 그런데 찾기 어렵다면서.
 
골목길에 있어 정말 찾기 어려웠다. 스쿱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자기들 말로 찾기 어렵다고 하면서 찾다가 안 되면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을 찾으면 된다고 나와 있다. 거기 가는 길에 여기 저기 책방을 찾아다니면서 구경하다 블룸즈버리와 채링 크로스 서점 소개 리플렛도 하나 주기에 얻어 보니, 잘 안내가 되어 있었다. 스쿱에 들어가 보니 책들이 책장에 가득했다. 내가 읽을 수 없는 책들이……. 주로 인문학책, 전공 책들이 많았다.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이리라.
 
이 지역은 대영박물관, 런던대학이 근처에 있고 역은 지하철은 러셀 스퀘어 역이 가깝다. 채링 크로스 까지 걸어 다니면 볼 게 많다. 발이 편한 신발이 필수이다. 몇 시간 씩 걸어 다니면서 상점과, 책방과, 극장들을 본다. 지치면 공원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쉬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여름 이야기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를 그 친구가 알려 주었다. 싱싱한 생선으로 만드는 일본 스시 테이크어웨이 상점이었다. 인기가 있어 늦게 가면 다 팔리고 없으니 너무 늦은 시각에 가지는 말라고 하였다. 런던에는 일본식 초밥가게가 여러 개 있으나 일본인이 운영한다는 그 집은 매일 싱싱한 생선을 구해서 그날 만들어 그날 판다는 좋은 평판이 있다고 한다. 거기서 사서 친구와 함께 먹어 보니, 좋았다. 다시 가 또 산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분이세요?’ 하는 말이 들려왔다. 흰 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에게 묻고 있었다. 아니, 일본인이 만드는 생선초밥이 아니었던가?
 
책은 스시와 다르다. 좋은 책은 오래되어도 좋다. 어차피 공공 도서관에 있는 책은 헌책이다. 정말 집에서 누워서 읽고 싶으면 채리티 숍을 뒤지면 1000원이면 사서 읽을 수도 있다. 채리티 숍에는 읽을거리 용 페이퍼백이 많다. 가정에서 나온 책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즈버리 헌책방에 오는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서 온다. 새 책으로는 구할 수 없어 오기도 한다. 책값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대학에서 연구하다 평생 모은 책도 이곳으로 흘러오리라. 후학들이 찾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가 세월이 흘러 보관하기 어렵게 되면 방도를 구해야하니까.
 
헌책을 집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일단 묶거나 상자에 담아야하고, 가지고 오려면 기름 값이 들고, 분류를 하려면 인건비가 들고, 규모가 커져 많은 책을 보관하려면 창고가 필요해진다. 임대료가 비싼 런던이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처럼 헌책은 한 권도 안사고, 구경하고 나오다 스시나 사 먹는 사람이 많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나지막한 건물 사이사이에 들어서있는 헌책방은 도시를 풍성하게 구성해준다. 구경하는 것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나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하늘높이 올라간 아파트에 살면서, 어디를 가나 불쑥 높이 올라 서 있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주민이 입주 반대하는 건물 때문에 송사가 걸려 주민이 범법자가 되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주민들의 반대로 개천가에 짓다만 주유소가 흉물스럽게 서있는 걸 매일 보면서 우리는 무슨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 밥 먹여 주냐고?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 2012.05 헤이즐통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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