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68 [칼럼니스트] 2011년 12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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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함부로 어르신들을 폄하하는가

이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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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2011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대 법대 대학원 조국 교수는 한 젊은이가 트위터에서 “서울에 계신 부모님이 설득이 안 되어 선거날 온천으로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다”고 하자 “진짜효자!”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것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물의를 빚게 됐다. 교수라는 사람이 경솔하게 이런 글을 올렸으니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러다가는 노인들을 고려장하자는 소리가 나오겠다”며 거세게 질타했다.

필자의 관심은 이런 일이 있은 뒤 조 교수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과연 그가 노인을 아직도 업신여기고 있는지, 아니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본인도 세월이 흐르면 나이를 먹고 늙을 테니까, 사람이라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저 기대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노인폄하발언의 원조는 아무래도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는 정동영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20여일 앞둔 2004년 3월 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미래는 2,30대들의 무대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그의 논리는 60~70대 노인들은 미래를 결정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 쉬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황당한 발언인가. 그가 했던 말이 언론에 보도되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그는 백배사죄를 했지만, 그에게 달린 ‘노인폄하 발언 꼬리’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나 일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인들은 과연 쓸모없는 사람들인가. 더 이상 사회에 아무런 공헌을 할 수 없는 잉여인간(剩餘人間)이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이 세상에 노인이 없다면 태풍에 방향을 잃은 배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고대 로마의 문인 ·철학자 ·변론가 ·정치가였던 키케로(BC 106~BC 43)가 노인과 관련해서 했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뱃일을 한번 생각해 보게. 젊은 선원들과 달리 나이 많은 키잡이는 고물에 가만히 앉아 키를 잡고 있지. 그렇다고 항해하는 데 있어 그가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 젊은이들이 하는 일과는 다르지만, 키잡이가 하는 일은 훨씬 더 중요하다네. 큰 일은 민첩함이나 신체의 기민함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 및 판단력에 의해 이루어지곤 하지. 이런 자질들은 노년이 되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늘어나는 것이라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유난히 젊은이들로부터 구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그렇다. 젊은이들이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이 정도의 발전을 이루면서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지는 알고나 있는가. 여러분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이 목숨을 바치고 피땀 흘려서 이 나라를 우뚝 세운 것을 진정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근년에 와서 우리라나도 서구의 선진국처럼 여성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직장에서의 성차별을 없애는 등 갖가지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이 많아졌지만 여성과 달리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크게 부족한 것 같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나 사회가 노권(老權)의 보호에 소극적인 것은 보통 큰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모두가 나라를 발전시킨 역군들이다. 그런 만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노인들의 권리, 즉 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한껏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남이 가져다주기 전에 노인 스스로 노인 몫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땅의 어르신들이여, 당당해지십시오! 당신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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