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 [칼럼니스트] 1567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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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푸른 피 돌게 하라!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소년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민태원의 ‘청춘예찬’은 나이 들어 읽어도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리는 희망의 메시지다. 청춘의 피는 푸르고 뜨겁다. 풍부한 상상력과 무한한 가능성,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적인 도전정신은 청춘의 상징이자 특권이다. 우리의 꿈이고 희망이며 미래인 청춘들이 불안에 흔들리고 좌절감에 비틀거린다. 6070세대는 절대빈곤을 경험하면서 절제와 자기희생의 가치실현을 터득했고, 질곡과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던 게 산업화의 원동력이 됐다.

세월의 변화만큼 청춘들의 고뇌도 깊어졌다. 사상 최고 수준의 대학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암담한 현실, 미래에 대한 불안,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 현 사회상황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20대 청춘만 불안한 것은 아니다. 30대는 치열한 경쟁과 대출금·집값·전세금 문제 등으로 불안하고, 40대는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자녀교육과·노후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커지는 게 현실이다.

진리탐구와 낭만과 희망이 넘실거려야 캠퍼스의 신조어는 시니컬하다. 토익 공부만 하는 폐인은 ‘토폐인’, 취업 위해 편입을 반복하는 사람은 ‘에스컬레이터족’, 취업용 강의만 쫓아다니는 사람은 ‘강의 노마드족’, 취업 못 해 졸업 미루는 대학 5학년은 ‘대5족’으로 불린다. 자조와 비애가 묻어난다. 청년실업을 빗댄 신조어도 서글프기는 마찬가지다. 장기간 미취업자는 ‘장미족’, 청년백수 전성시대는 ‘청백전’, 취업 못 하고 빈둥거리는 사람은 ‘빌빌족’, 31세까지 취업 못 하면 끝장이라는 ‘삼일절’, 행정인턴의 준말로, 제대로 된 직업 못 갖는 사람은 ‘행인’, 취업 못 하고 인턴으로만 옮겨 다니는 ‘메뚜기 인턴’ 등은 청년백수가 넘치는 세태의 반영이다.

청년 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표심으로 나타났다. 청춘이 일말의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된 불공정사회는 정치도, 사회통합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국민과 소통하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줘야하는 정치권은 물과 기름처럼 민심과 겉돈다. 청춘들의 불만과 분노를 방치하면 자칫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기성사회를 향한 지구촌 젊은이들의 ‘아큐파이(Occupy․점령)시위’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최근 노조지도자 출신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권력도, 좌․우파 정치도 아니고 희망과 자존심, 일자리를 갈망한다”고 정곡을 찔렀다. 청춘이 희망을 잃으면 나라의 미래도 어둡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희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젊은이들도 안 되면 멈출 줄도 알고, 돌아 갈 줄도 아는 지혜와 변화의 모색이 필요하지만, 청춘에 푸른 피가 돌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교차로 201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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