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0 [칼럼니스트] 1564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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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응원한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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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일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고, 그래도 돈이 모자라 대출을 받고, 졸업 후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많은 대학졸업생이 빚쟁이가 되어 사회로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며, 자살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예전의 대학은 존경을 받았다. 학생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기업화된 대학에서 학생의 지위는 ‘졸업장 노예’로 전락했다. 진리를 구하고, 사회정의를 외치며,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옛날 대학의 정신이었다면, 현재의 대학은 좋은 스펙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토익점수를 올려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옛날에는 시골에서 수재들이 빛을 발하다 서울로 올라와 명문대를 다녔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속담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으로 비싼 과외를 한 특정 지역의 학생들이 많다. 또한 방학 때 해외연수나 해외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고, 학원을 다녀 영어성적도 올리고 봉사활동도 한다.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들어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다. 아예 해외 명문대로 일찌감치 진학을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해외 명문대 출신과 일을 해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학벌은 좋은데 시킬 일이 없다”고.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잘해야 하는데, 문서 하나 한국어로 작성을 못한다고 한다. 무늬만 있고 실력은 없는 인재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커피집 쓰레기통에 무심코 버린 다른 곳 영수증이 필요해 쓰레기통을 뒤지겠다고 하니, 장갑을 끼고 두말없이 찾기 시작한 아르바이트생과 거들러 나온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 친구들이야 말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안해져 며칠 후 그곳에서 거금을 주고 커피기계를 사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옛날 대학생 중에도 가정교사를 하느라 자신의 공부할 시간이 없어 학점이 나쁜 학생도 있었다. 차비가 없어 걸어 다닌 얘기, 대학 등록금이 마련 안 돼 한 학기 쉰 이야기, 배고파 수돗물로 배 채운 얘기 등등 지금의 커피전문점,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출 등 양태는 다르지만 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낸 대학생이 있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도중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이 몰려올 때, 감당할 수 없는 진상손님(나같이 정신 나간 진상 고객이 버린 영수증을 찾으려 쓰레기통을 뒤질 때도 포함)이 있을 때는 도망가고 싶다고 한다. 또한 사장님이나 선임자가 억지를 부리고 무리하게 야간근무를 시킬 때도 참는 이유는 책임감보다도 통장에 찍히는 그 숫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꼭 나만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한 것인가? 동생에게 용돈을 준적은 없는가? 부모님 통장에 자신의 이름과 5만원이 찍힌 적은 없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맛있는 것을 사느라 돈을 쓴 적은 없는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 좋은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당신 옆에 있다. 돈이 돈을 넘어 사랑이 될 때, 그 돈은 비로소 가치 있고, 행복이며, 눈물이 된다.

비단 등록금이 비싸서, 대학생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적금을 들고, 종자돈을 마련하는 지금 이 대학 시절이 언젠가 그리워질 때가 올 것이다. 분명 오늘 당신이 흘린 땀은 당신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 국민대신문 2011년 9월14일자 제87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