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0 [칼럼니스트] 1558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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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스스로 만드는 자의 몫이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겨울이라 실내체육관에서 운동하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려온다.
‘글쎄, 그 집 아들은 매달 삼십만 원씩 보내온다지 뭐에요. 대학 수석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더니, 월급타면 떼서 꼭 아버지에게 준대요. 아버지가 앞으로 연금이 이백만원인데 돈에 구애받지 말고 사시라고 지금부터 준대요’
듣던 이가 말한다.
‘장가가면 달라져요’
그랬더니,
‘아, 장가갔대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른 자리로 옮겨 갔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좋은 대학 들어가고 좋은 직장 다니는 엄마 친구 아들, 엄친아 이야기는 노인들 사이에서 진화되었다. 예전에는 노인정이나 경로당에서 자식이 용돈 얼마 준다는 것이 자랑거리였다는데 이제는 체육관에서 연금과 용돈 얘기를 한다. 그러나 말하는 방식은 같다. 자식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를 가면 흰머리 보는 눈초리가 싸늘하다. 나이 들어 자신을 대우해주기 바라고, 용돈을 주기를 바라는 친부모, 시집 처갓집 부모가 다 흰머리여서일까?  입만 열면 잘나가는 옆집 아들 딸 얘기하고 용돈 안준다고 그러고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임산부에게 일어나라고 호통 치는 할아버지가 연상되어서일까? 언젠가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웠다는 그 힘센 할머니 사건이 인터넷에서 보도된 후 다음 날인가 어느 다른 할머니가 버스에 오르면서 대신 사과하였다.
‘아, 왜 늙은이가 돌아다녀, 정말 죄송합니다’ㅋ ㅋ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먹고사는 문제가 예측불허이다. 지구 어디서인가에서 누구의 엄친아가 잘못 0 이라도 누르는 날에는 자신의 은행예금조차 어찌될지 모르는 판국이다. 노인들은 자식 키우느라 연금 같은 준비도 잘하지 못했다. 준비 안 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자식들도 사는 게 팍팍하다. 도처에 돈 빌리라는 광고는 빚을 쌓아가게 만든다. 젊은이에게 무엇을 바라는 흰머리는 부담, 이런 공식이 나온다. 흰머리 노인들 한 그룹이 버스에 타면 노인 냄새가 나기도한다. 냄새나는 노인 좋아할 사람 누가 있을까.

그러나 젊은 노인, 흰머리 청춘, 멋진 노인도 많다. 텔레비전에 장사익이라는 분이 나와 노래를 하면 나는 채널 고정이다. 그는 확실히 나이가 많을 것이다. 수염도 있고, 얼굴, 옷차림 모두가 허벅지를 내놓고 엉덩이를 흔드는 십대 아이돌그룹과는 정반대이다. 나는 젊은 육체를 무기로 나대는 상업적 결과물인 십대 청춘에게서보다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그에게서 어떤 열정, 삶에 대한 희망을 느낀다. '새우 마냥 허리 오그리고 뉘엿뉘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이젠 잠이나 들까…'. 미당 서정주의 시가 장사익을 만나 토해지는 '황혼 길'을 들으면서도 슬프기보다는 벅찬 기쁨을 느끼게 만든다. 인생을 서로 이해하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새뮤엘 울먼( Samuel Ullman)의 시 ‘청춘’을 보자.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도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Youth means a temperamental predominance of courage over timidity of the appetite, for adventure over the love of ease. This often exists in a man of sixty more than a boy of twenty. Nobody grows old merely by a number of years. We grow old by deserting our ideals.
Years may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 Worry, fear, self-distrust bows the heart and turns the spirit back to dust)
…….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프랑스의 지성 쟈크 아탈리(Jacques Attali) 는 최근『살아남기 위하여』(SURVIVING THE CRISIS)를 출간했다. 누구든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긍심respect ourselves,
전력투구the intensity of time,
감정이입empathy,
탄력성resilience,
창의성creativity,
유비쿼터스ubiquity,
혁명적 사고revolutionary thinking 이다.

노인은 더 이상 자식에게 의지할 수 없다. 청춘들은 자신의 청춘을 즐겨야할 권리가 있다. 노인은 사회가 보살피는 방향으로 나간다. 가족중심사회였던 한국도 혼자 사는 노인이 많은 선진국 형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이 잘 되어있다는 프랑스에서조차도 2003년 여름 폭염이 와, 보름 동안 만 명 이상이 죽어나갔을 때 80%가 7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전화 안하는 자식들처럼, 정부, 관계기관은 휴가 중이었던 것이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옆에서 혼자 죽어가 냉동 창고에서 시신이 보관되는 죽음을 맞았다.

청춘은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열정을 스스로 유지하는 자들의 몫이 아닐까? 바라지 말고 주자. 돈이 없는 빈털터리도 줄 것이 많다.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자리 양보하기 등등 남에 대한 이해로 자신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노인은 청춘이다. 따뜻한 봄날 땅을 기운차게 치솟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항상 청춘으로 산다.

- 2011년 조달청 사보 희망샘터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