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자, 역전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우혜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hazelwoo
대학생 자살 소식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목숨을 끊는 일은 있어온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학생이 등록금을 마련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워 스스로 모숨을 끊는 일은 현재 한국이 당면한 병리적 현상이다. 그 숨 막히는 고삼을 통과하여 대학에 온 꽃다운 청춘들이 자신의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생을 포기하는 일은 그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음을 알려주고 있다. 무서운 경고라 할 수 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예전에는 주위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신문에라도 나면 독지가가 나서기도 했다. 가족들은 소를 팔아서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뒷받침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기반이 붕괴되어 대학생 스스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대출을 받으면서 대학 과정을 마쳐야 한다. 졸업한다고 해서 그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중퇴하면 기업에 입사원서조차 낼 수 없다.
대학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고 학점이 좋으면 취업이 되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에 가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하고, 영어성적도 있어야하고, 외국 영어연수도 다녀와야 입사 지원서에 밀리지 않는다. 이런 경쟁은 모두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입사 지원서에 한 줄 넣기 위해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졸업장이 있어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이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무늬를 좋게 만들 투자금액이 없는 처지의 대학생들은 하청업체에 가서 평생 굽실거리며 살아야 할지도 모를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선진국 좋은 기업들은 채용공고 부터 다르다. 우선 자신의 회사를 정확히 소개하고 우리는 이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이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광고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는 연봉 얼마를 주겠다고 제시한다. 조그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은, 이 경력을 기반으로 큰 기업으로 옮겨간다. 연봉이 올라간다. 응모자들은 자신이 이 일에 적합한지를 따져본다. 대학졸업장 증명서를 내고 무조건 일단 들어가야 하는 사회와는 다르다. 연줄과 인맥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회와 구별된다.
물론 한국 기업이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관공서 주위가 모두 학벌로 움직이고 인맥으로 일을 따 오려다보니, 사람의 능력보다는 학벌과 연줄이 있는 사람을 기업에 데려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업이 변하려면 먼저 정부가 변해야한다. 사람을 보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만나보고, 이야기를 해보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이 일에 적합한지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는 사람 봐주고, 자신이 신세진 사람에게 보은하느라 자리를 주면 조직은 피폐해진다. 이런 관행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은 대학생의 삶을 옥조인다.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서라도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마쳐야하는 학생들을 둔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고, 땅을 사고, 시간강사를 자살하게 만들고, 청소부 아줌마들을 투쟁하게 만든다. 그래도 학생들은 참고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정된 직장, 돈 많이 주는 직장이 인생의 목표이고 전부인가, 그것이 안 되면 목숨을 끊어야하는가 하고 묻고도 싶다. 대학졸업장도 없고, 돈 많이 주지도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불행한가 말이다. 오히려 좋은 학벌로 대기업에 다니며 승승장구 하던 사람도 밀리면 나중에 자살한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가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했으나 청강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세계적 기업을 만들었고 우리 삶의 방식을 변화시킨 사람이 바로 이 대학중퇴자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이가를 찾고, 자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한가를 안다면, 성공은 나중에 오지 않겠는가. 스티브 잡스가 대학졸업장을 가지고 대기업에 입사했더라면 오늘날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역경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기회로 만든다. 살면서 좀 밀리면 어떤가 말이다. 역전의 기회는 언제나 온다.
그리고 만약 내가 원하는 일이 연예인이라고 치자.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성상납 같은 걸 요구하면 처음 단호하게 ‘노’ 하면 된다. 더러운 기성세대에게는 처음부터 안 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청춘이 되자. 그리고 힘차게 살자. 꼭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려 하지 말고 자기가 차려도 보자. 새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나중의 청춘들에게 물려주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자신에게 소중한 생명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그들을 위해 꿋꿋이 살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는 죽으려고 하던 순간 마음을 돌려 죽을힘을 다해 재기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죽을힘을 다해 산다면 우리는 헤쳐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테니까 살아있는 동안 삶의 기쁨을 만끽하자. 비록 등록금이 없더라도 말이다. 청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2011년 3월14일 안동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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