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53 [칼럼니스트] 2011년 1월 3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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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올인하지 말라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타 쓰는 사람, 통장을 남편이나 부인에게 맡긴 뒤 타 쓰는 사람, 재산이 아까워 쓰지 못하고 죽는 사람은 '세 가지 병신'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돈은 무덤 가기 전까지 꼭 움켜쥐고 있어야 자식들에게 홀대받지 않는 데, 왜 멍청하게 미리 주고 궁상을 떠느냐는 세태의 반영이다.  

성격이 강직한 옛 직장동료는 외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해외유학을 가면서 딸은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떠나고, 의사인 사위는 기러기아빠가 되어 6년을 혼자 지냈다고 한다. 딸과 사위가 자식에게 올인하는 게 영 못마땅하지만 보태주지 못하는 입장이라 지켜보다 못해 "젊은 부부가 너무 오래 떨어져 살면 안 된다"고 당부하여 외손녀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귀국했다. 돌아와서는 부산의 예능계 특수학교를 보내놓고 온가족이 주말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느라 생고생을 한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종교적 맹신에 가깝고, 교육열은 뜨겁다. 아이가 말문을 트자말자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자식교육에 올인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전과목을 보습학원에서 교육받게 하는 것도 모자라 피아노와 미술, 태권도를 가르치며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중학생이 되면 특목고 진학을 위한 선행학습을 시킨다. 고등학생 둔 학부모는 머리띠를 맨 수험생과 마찬가지다. 대입합격률이 높은 학원과 족집게 과외 강사 정보수집에 발 벗고 나선다.

사교육에 의존하며 자녀 한 사람을 대학졸업까지 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가 2억6,200만원이라는 실태조사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왔다. 이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사교육비다. 해외연수나 휴학, 재수 등을 따지면 엄청난 돈이 자식 뒷바라지에 들어간다. "자식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다"는 말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사교육에 의존하며 대학교육까지 시키는 게 끝이 아니다. 노후자금까지 털어 결혼자금 대주고, 손자까지 키우며 일생을 자식 위해 올인하고 헌신하는 게 부모다.

결혼한 젊은 세대들도 대물림하듯 투자 1순위는 여전히 자식이다.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딸이든 아들이든 하나만 낳는 추세다. 저출산의 원인이다. 자녀 양육에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하느라 부모 부양은 뒤 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10년 전만 해도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부모의 노후생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사회지표조사에서는 열 명 가운 데 세 명에 불과하여 자식이 보험인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흔히 21세기를 '트리플 30세대'라고 하지 않는가. 30년은 부모의 그늘에서 살고, 30년은 부모가 되어 자식 뒷바라지하고, 60년 이후가 자신만의 여생이다. 자식에게 올인하고, 근로소득을 보장 할 수 없는 60대 이후에 과연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여생이 아니라 비참한 인생말로를 맞을 수 있다. 자식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고령화시대의 진정한 자식사랑은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자식에게 올인하지 말아야 한다.
-교차로(201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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