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51 [칼럼니스트] 2010년 11월 2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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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부는 '아이-' 열풍
박강문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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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는 아직 한국에서 예약판매만 하고 있는데, 국내 독점판매처인 케이티가 지난 17일(2010년 11월)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24시간 만에 4만여 건의 예약이 몰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뜨거운 관심은 지난 1년쯤 아이폰이 달구어온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 컴퓨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10년 전부터 있어온 물건이다. 이번에 바람을 몰고 온 것이 종래의 것과 크게 다른 점은 스마트폰처럼 ‘스마트한’ 즉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똑똑한 기기라는 점이다.

아이패드는 작은 모바일 컴퓨터와 이동전화의 기능을 한데 몰아넣은 것이다. 아이폰의 대형화라는 연장선에 있다. 아이패드는 화면 크기(대각선)가 9.7인치인데 얼추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면적에 가깝다. 아무래도 휴대하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대항마로 내놓을 갤럭시탭 화면은 이보다 작은 7인치로 흔히 보는 내비게이션 화면만 하다.

애플을 보고 느끼는 것은 국내 업체들의 상상력이나 창의력 결핍에 대한 아쉬움이다. 오늘날 삼성전자는 일본의 10대 전자회사를 합친 것보다 더 셀 만큼 막강하건만, 그 지나온 발자취에서 소니나 애플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을 발견할 수 없다. 이제 삼성전자는 아이패드 만드는 애플사에 자사 생산 프로세서 칩을 제공하면서, 아이패드에 대항하는 갤럭시탭을 만들어 언젠가는 아이패드를 따라잡겠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의 뒷북을 치는 동안 애플은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 저만큼 나아갈 것이다.

휴대폰을 가지고 말하면 우리 업자들의 속 좁은 이기주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휴대폰 영업으로 돈 버는 우리 통신업자들은 외국에 파는 휴대폰에는 와이파이 기능이 들어가는데도 국내 휴대폰에는 이 기능 넣기를 한사코 막아 왔다. 정보 이용료를 챙기자는 심보에서였다. 그러는 사이에 애플사는 인터넷을 쉽게 쓸 수 있는 전화 아이폰을 만들고 소프트웨어 자유시장을 활짝 열어 애플의 전성시대를 이룩하였다. 그 뒤 우리 국내 회사들이 한 일이란 아이폰 비슷한 물건 만들기를 따라하거나 아니면 아이폰 판매 대리점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패드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그 길을 따를 듯하다.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나 1990년대의 이야기를 하면, 우리 업자들의 고객에 대한 전횡과 협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 등장 이전에 통신회사들이 컴퓨터통신으로서 시작한 것은 전자게시판(Bulletin Board System)이었다. 여기 쓰인 유닉스 체제에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안 젊은이들은 이 기능을 일부러 막은 통신회사의 행패를 성토하였다. 결국 나중에 이 기능은 통신회사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컴퓨터 통신 초기 얼마 동안 가입자들은 통신회사가 일방적으로 붙여주는 죄수번호 같은 사용자 아이디에 불만이 많았는데, 회사는 ‘관리상의 편의’라는 이유를 댔다. 일찍부터 통신회사들이 고객을 위하는 자세로 나갔다면 업계는 오늘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직장인 10명중 6명이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초등학생들이 졸업 기념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품목의 하나로까지 떠올랐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태블릿 컴퓨터는 결국 영역 다툼을 벌이는 경쟁관계가 될 듯하다. 두 가지가 다 휴대품이기 때문에 둘을 함께 가지고 다니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는 컴퓨팅의 양상을 바꾸게 될 것인데, 최근에 부쩍 많이 논의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마치 하늘의 구름 같은 커다란 서버 속에 풍성하게 모아둔 프로그램들을 빼어 쓰고 자료들도 거기에 넣어 두는 컴퓨팅 방식이다. 그에 따라 덩치가 큰 데스크탑은 물론 랩탑 컴퓨터의 사용 비중이 낮아지고 내비게이션이나 피엠피나 미니컴퓨터나 지피에스기기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태에서 우리 업체들이 되새겨야 하는 교훈은, 고객이 바라는 것을 베푸는 성실한 자세가 장래에 기업의 더 큰 이익으로 보답받는다는 것이다.

- 국민대신문 864호 (201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