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46 [칼럼니스트] 2010년 9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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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세보다 여론통일 우선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통일세'논란이 폭염과 열대야로 짜증나는 한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세금이야기는 뚱딴지같다.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화두를 던진 통일세 논란의 핵심은 통일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조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통일비용은 통일 과정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비용, 통일 후 제반분야의 통합비용, 북한의 국내 총생산(GDP)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소요되는 투자비용 등 포괄적 개념이다.

통일비용은 학계와 관련기관의 추계 방법에 따라 격차가 극심하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향후 30년 간 최대 2,525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민 1인당 5,180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5년 이후 11년 간 545조 8000억 원, 미국 랜드연구소는 통일 후 5년 간 50조에서 67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금 징수 방법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정부가 1995년부터 소득·법인세의 5.5%를 거둬 통일비용으로 충당하는 '연대특별세(Solidarity Surcharge)'처럼 부가세와 소득세를 상향 조정 할 것인지, 방위세를 신설할 것인지, 통일채권이나 통일복권 발행을 병행할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과 관련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하는 것은 아니라며 속도조절을 시사했고, 통일부장관은 "정당, 사회단체와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통일세를 제시하면서 통일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정책철학의 부재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따른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반도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북핵과 천안함 사태 이후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퍼주기' 논란에 시달렸고, 현 정부는 쌀이 남아 골칫거리지만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는 줄 수 없다는 대북 정책의 경직성도 걸림돌이다.

집권 후반기를 관통할 최고의 국정과제를 당정간 사전 협의도 없이 발표되었다는 볼멘소리가 여당에서 터져 나왔다. 야당은 "남북협력기금도 제대로 사용 못하면서 새로운 세금 도입부터 논의한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의 불씨가 커지고 당정협의의 위기상황이라는 불만이 비등하자 당·정·청(黨·政·靑) 수뇌 8명이 2주마다 한번씩 회동하여 정책을 조율하겠다며 뒷북치는 대안을 내놓고 지난 주 첫 9인 회동을 가졌다.

어떤 형태로든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여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통일비용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심리적 저항감이 있으면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이념적 대립이 심화되어 대북 정책은 대표적인 갈등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막히면 통증이 오고(통즉불통·通卽不痛), 잘 통하면 아프지 않듯이(불통즉통·不通卽痛)', 국정과제는 국민에 대한 소통과 설득,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통일세보다 여론통일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대학보(2010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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