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43 [칼럼니스트] 2010년 5월 28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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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찾습니다

이규섭 (서울칼럼니스트모임회원, 시인)
http://columnist.org/kyoos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염치(廉恥)다. 우리주변엔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사람들로 넘친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거나, 지하철의 '개똥녀'와 '팝콘남'처럼 공공질서를 바닥에 내 팽개친 싹수 노란 '몰 염치족'들을 숱하게 본다. 대중교통 경로석에 젊은이가 앉아 조는 척 하는 '얌체족'이나,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진한 애정표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젊은이들도 염치 모르는 '뻔뻔 남녀'다. 아무에게나 반말을 찍찍하는 '무례한', 잇속만 챙기고 남을 배려 할 줄 모르는 '왕 싸가지족',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하는 '밥맛 떨어지는 사람'도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사회에서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잘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가싶다. 일단 불법정치자금과 비리 혐의를 받으면 "전혀 모른다"고 발뺌한다. 수사망이 좁혀지면 "표적수사"라 반발하고, 정황이 드러나면 "빌린 돈"이라고 우긴다. 곧 임기가 끝날 제4기 지방자치단체장 230곳 가운데 비리를 저질러 기소된 사람이 전체의 41%인 94명으로 드러나 염치 모르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지 입증됐다.

그 가운데 '몰염치 금메달'감은 당진 군수다. 수뢰혐의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다 들통나 숨어 다니다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 검문에 시속 200㎞로 도주하는 '코믹 첩보극'까지 연출하여 쓴웃음 짓게 했다. 여주 군수는 국회의원에게 2억 원 돈 보따리를 건네려다 검거됐고, 해남 군수는 1억9000만원의 돈 다발이 발각돼 철창신세가 됐다.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니 혈세가 줄줄이 세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여야가 말로는 '도덕 공천'을 외치면서 '불량 공천'을 한 자업자득이다.  

법질서를 수호하는 검찰이 스폰서의 투서로 부끄러운 알몸을 드러냈고, 아이들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이 부하들 승진 대가로 수 억 원을 챙겼다가 구속되는 '염치의 부재시대'다. 이렇듯 윗물이 혼탁할 진 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염치없다 나무라고, 인간의 도리는 최소한의 염치를 아는 것이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제갈량과 함께 중국 2대 재상으로 불리는 관중(管仲)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국가의 네 가지 근본이라고 했다. '예와 의'는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틀이고, '염과 치'는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품격이다. 그는 '이 가운 데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결여되면 위험에 빠지며, 셋이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히고, 넷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망한다'고 했다.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철창에 갇힌 정치인과 사회지도자들에게 '아홉 가지 몸가짐과 아홉 가지 마음가짐(九容 九思)'을 제시한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그 것이 어렵다면 도덕의 기초 교본인 초등학교 '바른 생활'이라도 읽게 하여 잃어버린 염치를 되찾고 싶은 심정이다.
-평화대사(2010. 6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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